법원, 이 삼성 부회장 뇌물죄로 어제 새벽 구속영장 발부
헌재 “뇌물은 중대한 파면 요건” 2004년 판례 적용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의 혐의도 자연스레 짙어지면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파면)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5시35분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회가 의결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 중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가 들어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해도 직접적으로 탄핵심판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록을 증거로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추위원 측도 심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검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은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대통령 파면 요건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를 말한다. 그 구체적인 예는 뇌물수수”라는 판례를 만들었다.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 이동흡 변호사가 이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 기각을 거론하며 “뇌물수수 법리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뇌물죄가 핵심적인 탄핵사유라는 것이 대통령 측의 주장인 셈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탄핵심판의 증거로 쓰이지 않는다 해도, ‘정책적 판단’ ‘선의에 의한 결정’이라는 박 대통령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추위원 측 황정근 변호사도 “재판부의 심증 형성을 위해 이 부회장 구속 관련 언론 보도를 참고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 손범규 변호사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유는 탄핵소추 사유에 기재되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압박해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한)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탄핵심판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환출자고리 해소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의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탄핵소추 사유와 무관하다고만 볼 수 없다.
지난 13·14차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증인 8명 중 6명이 불출석한 데 이어 오는 20일 예정된 15차 변론에서도 3명의 증인 중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막바지로 치닫는 탄핵심판이 사실상 파장 분위기를 연출하며 박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