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 부담 준다고…‘강기갑 무죄’ 선고했다고…학생회장 지냈다고
‘양승태 공소장’에 드러난 사법농단
“입장 배치” “냉소적 불신” 등 이유
비위 법관 묶어 관리·인사 불이익
해외연수·연구관 선발에서 배제
‘양승태 대법원’은 자신들의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성추행, 음주운전 등 비위를 저지른 판사들과 함께 ‘물의야기 법관’으로 묶어 인사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 불이익의 종류는 다양했다. 근무평정, 사무분담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원칙과 다른 전보인사를 하고, 해외연수나 재판연구관 선발에서도 배제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 ㄱ판사는 가정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혼인무효소송 등 법률분쟁을 줄이고 이혼에 따른 가족해체를 예방하려고 혼인신고 때 쌍방이 출석하고 의무적으로 부모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71·구속) 등은 이를 사법행정에 부담을 주는 행위로 평가하고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했다. 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 ㄱ판사는 법원장 허락을 받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국회 대기 중이었으나 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구속)이 회의장 진입을 막기도 했다.
ㄴ판사는 2010년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가 대법원 입장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2016년까지 문제 법관으로 분류됐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간사였던 ㄷ판사는 대학생 때 학생회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사법행정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판사들과 교류해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상고법원 도입, 법관 임용 시 국가정보원 신원조사 등을 비판한 ㄹ판사는 ‘사법행정 책임자들에 대해 냉소적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됐다. ㅁ판사는 법관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을 운영하며 법원장을 통해 카페 운영 관련 법원행정처 지시를 전달받고도 거부했다는 이유로 문제 법관이 됐다.
ㅂ판사는 검찰이 파악한 2013~2017년 5년간 매년 ‘물의야기 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원 횡성한우 판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ㅂ판사가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조작해 물의 법관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