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별한 사정’ 신상공개 안 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고객들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유포한 클럽 MD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법원은 “유포 피해가 커 피해자의 고통이 극심할 것”이라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이고 반성하는 데다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한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용찬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버닝썬 MD ㄱ씨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지난해 7월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의 신체 촬영물이 그 의사에 반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됨에 따라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극도로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해당 동영상이 외국의 음란 사이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어 완전한 삭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외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모든 양형의 조건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판사는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에 대한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ㄱ씨는 2018년 8월 버닝썬 2층 VIP룸 화장실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는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지인에게 “어제 레전드 찍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카카오톡으로 해당 영상을 전송한 혐의(촬영물 제공)도 받았다. ‘버닝썬 성추행 동영상’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지난해 초 해외 음란물 사이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유포되기 시작했다. 영상 속 여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보이면서 버닝썬 내 ‘약물 성범죄’ 의혹도 확산됐다.
ㄱ씨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성폭력처벌법 42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다고 규정돼 있다. 법원은 이때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정보를 공개·고지하는 명령도 함께 선고해야 한다. 다만 피고인이 미성년자이거나 그 밖에 신상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김 판사는 “ㄱ씨의 나이와 직업, 재범 위험성, 동기, 범행 과정, 공개명령으로 피고인이 얻게 될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 대상 성범죄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선고하지 않았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