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려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옥살이를 한 여성이 56년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권기철)는 재심청구인 최모씨(75)의 재심청구 사건과 관련 재심 이유가 없어 기각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심부는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씨는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씨(당시 21세)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이듬해 1월 부산지법 형사부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최씨는 당시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견디며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노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특수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장소와 집이 불과 100m 거리고, 범행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 집에 들릴 수 있었다”며 “혀를 깨문 최 씨의 행위는 방위의 정도를 지나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건 이후 오히려 주변에서는 “결혼은 하면 간단히 끝나지 않느냐”며 노씨와의 결혼을 권했다. 최씨는 “집에선 ‘이 가시나 때려 죽인다’고 난리였다”고 회상했다. 반면 노씨는 사건 이후 최씨의 집에 찾아와 흉기를 책상에 꽂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결국 최씨의 아버지가 노씨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했다.
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내 부산여성의전화와 상담을 진행했고, 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도움으로 지난해 5월 정당방위 인정을 인정해 달라며 사건발생 56년만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