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고발장 대신 썼다면 그 자체로 중대 비위

이효상·허진무 기자

김오수 총장, 진상조사 지시

당시 김건희씨·장모 관련 보도로 윤석열 전 총장과 여권 갈등
수신자가 ‘공공수사부장’·혐의로 ‘선거법 위반’ 기재도 주목

김오수 검찰총장이 2일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휘하의 현직 검사가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의 실체 규명은 일단 검찰 손에 맡겨졌다. 그와 별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혹의 핵심은 인터넷언론 뉴스버스가 보도한 대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는지 여부이다.

김웅 의원은 이날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면서 “문제되고 있는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보받은 자료라면 이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공익제보와 수사를 하는 검찰이 특정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고발장을 대신 써준 것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설혹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도 검사가 고발장을 써서 건넸다면 그 자체가 중대한 비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여당 정치인 등을 고발하라며 야당에 고발장을 써줬다면 검찰의 공공연한 정치개입,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뉴스버스에 따르면 고발장이 전달된 시점은 4·15 총선을 열흘가량 앞둔 4월3일이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여권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격화하던 때다.

그해 2월에는 뉴스타파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달 뒤에는 의정부지검이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장모 최씨를 기소했다. 3월 말에는 MBC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기자가 친분을 과시한 검찰 관계자로는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지목됐다. 보도 직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감찰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장의 고발 대상은 이 같은 당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고발 대상에는 유시민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 언론사 관계자 7명이 포함됐다.

이 고발장의 수신자로는 직접 수사가 가능한 일선 검찰청이 아니라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기재됐다. 당시 윤 전 총장의 검찰 장악력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해 1월 추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현 서울고검장을 앉혔다.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직후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수사팀 보고를 승인하지 않았다. 대검의 통제가 가능한 일선 검찰청에 사건을 배당할 수 있도록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고발장 수신자로 기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기재한 것도 검찰의 직접 수사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선거법 위반은 개정된 검찰청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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