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유족들, 일본제철 상대로 낸 손배소송 또 패소

박용필 기자

법원, 이번엔 “2015년 이전에 소송 제기했어야” 청구 기각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지난달 11일 패소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같았다.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늦게 소송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청구권 소멸시효의 시작 시점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징용 피해자 정모씨의 자녀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씨는 1938년 일본 해군 군속으로 강제동원돼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일본제철의 전신인 가마이시제철소에서 노역했다. 유족들은 이로 인해 정씨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 부장판사는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과 피해자 개인의 일본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당시 강제징용이 벌어진 지역 중 일부였고,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결 이전까지는 피해자들의 청구권 행사가 어려웠다는 점도 인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그러나 2012년 대법원 판결 시점부터는 청구권 행사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2005년 제기된 유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2심을 뒤집고 파기환송한 것으로, 2018년 재상고심에서 최종 확정됐다.

박 부장판사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법원조직법 규정을 근거로, 재상고심 확정 전에 이미 청구권 행사가 가능함이 천명됐다고 봤다. 박 부장판사는 그리고 민법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피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인 만큼 2015년 5월 이전에 소송을 냈어야 했다며 원고들이 소송을 낸 2019년은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은 강제징용 관련 청구권 소멸시효 시작 시점에 대해 아직 판단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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