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녹취록에 '독' 탔다…정영학도 국회의원에 수백억 로비 거짓말"읽음

이보라·허진무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1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57)를 불러 조사했다.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는 자회사 천화동인 1~3호의 소유주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키 포인트가 된 상태다.

정관계 로비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이 갖고 있는 녹취록 속에는 ‘50억 약속 클럽’ ‘실탄 350억’ 등 김씨의 발언이 담겨 있지만, 김씨는 여기에 과장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며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속 수감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와 ‘빌렸다’고 주장하는 화천대유 회삿돈 횡령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 ‘독’ 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 조사에서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 회계사가 녹취하는 것을 알고 녹취록이 쓰이지 못하도록 ‘독’을 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녹취록에 포함시켜 신빙성을 떨어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녹취록 속에 담겨 있는 발언들 가운데 ‘천화동인 1호 소유 타운하우스는 A대법관 딸의 국내 주거용’이라고 한 발언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수표 4억원, 현금 1억원을 줬다’는 발언이 대표적인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A라는 대법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곳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줬다는 수표 4억원은 사실 자신이 남욱 변호사에게 줬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정 회계사도 ‘국회의원 등에게 수백억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간 수익 배분 과정에서 김씨가 총 비용을 부풀리기 위해 ‘로비 등에 쓸 돈이 350억원’이라는 취지로 과장·허위 주장을 하자, 정 회계사도 비슷한 식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빠져 있다면, ‘정 회계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짜깁기해 검찰에 제출했다’는 김씨의 주장에는 좀 더 힘이 실린다.

하지만 김씨가 녹취 사실을 알면서도 왜 이를 막지 않았는지, 불법으로 비칠 수 있는 거짓 주장을 왜 했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김씨에게 적용될 혐의는

당장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적용될 혐의는 뇌물공여와 업무상 횡령 등 두 방향으로 좁혀진다.

검찰은 ‘350억원 로비’ ‘50억원 클럽’ ‘700억원 약정’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등에 관한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과 정민용 변호사 제출 자술서에 등장한 김씨의 정관계 로비 정황을 대조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5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만큼 김씨에게는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고 공모지침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등 대가로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 약정된 700억원 중 5억원을 건넸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에 대해서도 뇌물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곽 의원이 대장동 사업이나 화천대유에 제공한 특혜, 즉 ‘대가성’을 입증해 내는 게 관건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나 권순일 전 대법관 등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한 이들에게 지급된 고문료도 수사 대상이다. 고문료에 ‘재판 거래’ 등 부정 청탁과 대가가 전제됐는지가 범죄 여부를 가릴 변수다. 김씨는 곽 의원 아들 퇴직금이나 고문료에 대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혐의는 업무상 횡령·배임이다. 검찰은 이날 김씨가 회삿돈 473억원을 빌린 경위와 용처를 조사했다. 김씨는 “사업 초기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 데 썼다”고 해명했지만,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회삿돈을 빌렸다면 업무상 횡령·배임의 소지가 있다. 검찰은 김씨가 회삿돈을 모두 현금으로 빼갔다는 점에서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구속 수감된 유 전 본부장도 재차 불러 조사했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면서 대질 조사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들의 진술을 따져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입증이 용이한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우선 적용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인 이재명 경기지사 등의 관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검찰이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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