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뇌물 ‘수표+현금’이라던 검찰, ‘현금 5억’으로 수정읽음

이효상 기자

김씨 “유동규 아닌 남욱에 수표 줬다”는 주장 사실로 드러나

영장심사서 정영학 녹취 재생하려다 재판장에 제지당하기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두고 이 중 일부를 로비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김씨가 정·관계 로비 의혹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만큼 그의 구속 여부는 대장동 의혹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2시간30분가량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5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750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4년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하는 과정에 관여해 공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검찰은 이날 심사에서 김씨의 혐의 사실과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자술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 등이 근거 자료로 제시됐다. 해당 녹취록 등에는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몫으로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씨가 건넨 뇌물 액수를 750억원으로 특정해 영장에 기재했다.

돈을 주고받기로 했다는 약속만으로도 법리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약속된 700억원 중 5억원이 실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됐고, 50억원은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됐다고 보고 있다.

김씨 측은 심사에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700억원 약정설’에 대해서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고,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이 뇌물이라는 주장에는 “대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사업구조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이해 부족 상태에서 성급하게 배임으로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녹취록과 자술서 외에 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을 전달했다는 당초 주장을 수정해 현금으로만 5억원을 건넸다고 했다. 김씨 측은 현금 1억원은 모르는 일이고, 수표 4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니라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려다 재판장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증거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 이의 제기를 재판장이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김씨의 구속 여부는 검찰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든 민간사업자 세력과 정·관계 인사들의 연결고리로, 대장동 로비 의혹의 키맨으로 꼽힌다. 김씨는 700억원 약정 의혹 이외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법조계 인사들과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등 지역 토호세력에게 도합 350억원의 뇌물을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검찰이 김씨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법조계와 성남지역 정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을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유 전 본부장의 윗선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김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대장동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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