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역 기피' 이유로 국적회복 불허하려면 '강한 의심 들 사정' 있어야"읽음

박용필 기자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병역 기피’를 이유로 국적회복 신청을 거부하려면 ‘기피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회복 불허가처분취소 청구 소송에 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1986년 미국에서 출생해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취득했고, 만 17세가 되던 2003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는 이후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질환 등을 앓았으며 2009년부터 한국에 체류하면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2020년 법무부에 국적회복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A씨가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던 것으로 판단해 이를 거부했다. A씨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가 되기 직전 한국 국적을 포기했기 때문에 병역 기피로 본 것이다. 또 2009년부터 한국에 체류하고 있었음에도 34세가 돼서야 국적회복 신청을 한 것은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 요원으로 복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국적법상 한국 국적을 회복한 사람 중 36세 이상인 사람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병역 판정에 통상 2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노려 A씨가 34세 때 국적회복 신청을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출생 이후 17세까지 줄곧 미국에서 살아왔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후에도 미국의 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17세에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것만으로는 병역 면탈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2009년부터 한국에 체류한 이유는 정신 질환 때문이었으며 36세 이후 사회복무 요원으로 복무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는 의무가 아니라 현역 판정도 가능해 34세에 국적회복 신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병역 기피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병역 기피의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국적회복을 불허할 필요는 인정된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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