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실행 앞장 선 남욱, 의혹 풀 열쇠되나읽음

이효상·유선희 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1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1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의 전모를 풀 ‘열쇠’로 꼽힌다. 남 변호사의 진술에 따라 검찰 수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에 체류한 남 변호사는 18일 새벽 5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으로 남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했다.

남 변호사는 오전 5시44분쯤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장발에 후드점퍼, 청바지 차림이었고, 두 손에 수갑은 채워져 있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누가 포함됐는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 분’이 누구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새벽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인천공항 입국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시민들은 공항을 빠져나가는 남 변호사를 향해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라”, “나쁜 X아”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공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됐다.

남 변호사의 신병 확보로 검찰 수사는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핵심 4인방으로 꼽힌다. 정 회계사와 함께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고, 2012년에는 위례신도시 사업에도 관여했다.

과거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정 회계사가 한 걸음 뒤에서 사업을 설계하는 쪽이었다면, 남 변호사는 앞장 서 실행에 옮기는 쪽이었다고 증언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크게 인허가와 토지 지분 정리, 자금 확보로 나뉘는데 남 변호사는 인허가를 위한 대관 업무와 토지 지분 정리 작업을 주로 맡았다고 한다.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08년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도 대관 업무 일환이었다.

남 변호사의 대관 활동은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의 대장동팀 합류로 이어졌다. 남 변호사와 평소 친분이 있던 천화동인 7호의 소유주 배모 기자가 2011년 현직 기자인 김씨를 소개했고, 3년 뒤 김씨는 대장동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남 변호사는 2010년 말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소속이던 유 전 본부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공영 개발을 추진하자 민간 개발로 정책 방향을 바꾸기 위해 유 전 본부장 등에 선을 댄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의 전모를 알고 있는 남 변호사의 진술 등을 통해 정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남 변호사는 법조 출입 기자였던 김씨와 함께 대장동팀과 법조계 인사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도왔다. 이 때의 인연으로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의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 박 전 특검과 함께 법무법인 강남에 적을 두기도 했다. 2014년 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로 남 변호사가 입건되자 박 전 특검이 수사 단계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시행사 대표인 남 변호사에 대해 배임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의뢰했음에도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고, 1·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남 변호사 조사를 통해 350억원 로비 의혹과 700억원 약정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지도 주목된다. 김씨는 회사돈을 빼내 박 전 특검의 인척이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 A사에 109억원을 전달했는데, A사는 이 돈을 다시 건설업체 B사에 전달했다. 지난해 5월27일 B사의 나모 대표와 남 변호사는 같은 회사에 각각 26억원, 9억원을 각각 투자한 바 있다.

검찰은 ‘700억원 약정설’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한 유원홀딩스와 남 변호사 간 자금 거래 내역도 살펴보고 있다. 유원홀딩스는 남 변호사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 아이오플렉스와 동일한 전화번호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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