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그분은 유동규"···구속영장→공소장 '혐의' 반토막 났다

이효상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배임 혐의를 제외하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700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는 적용돼, 그간 무성한 추측을 낳았던 녹취록 속 ‘그분’이 유 전 본부장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공범들에 대한 보완 수사를 통해 범죄 사실을 명확히 한 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밤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만 적용했다. 구속영장에 포함됐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화천대유 측에 유리한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 구조를 설계해 성남시에 1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기소 단계에서는 사업의 성격과 구조적 문제를 따지는 배임죄가 빠진 것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 단계의 혐의가 기소 단계에서 빠지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배임의 논리 구조가 복잡한 측면이 있지만 대장동 사업의 성격과 직결된 문제이고,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수사의 상수인 만큼 기소 단계에 포함했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대장동 사업 최종 결재권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사업 설계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따져보려면, 의혹의 출발점인 유 전 본부장 수사부터 명확한 결론을 냈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공범 관계로 의심되는 이들의 구체적 역할 분담을 추가로 파악한 후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 단계에서도 배임죄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법리와 논리를 촘촘히 구성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배임죄의 공범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 보고 이를 기각했다.

김씨의 구속영장에 담겼던 유 전 본부장의 또 다른 범죄 혐의인 ‘700억원 약정설’은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4~2015년 사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700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 뿐 아니라 다른 동업자들도 이익 배분 약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 약정이 지난해부터 구체화돼 지불 방식, 지불 액수 등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보강조사를 통해 700억원대 뇌물 제공 약속이 실체가 있다고 결론냈다. 전날 검찰 조사에서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언급된 ‘그분’이 유 전 본부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앞서 “김씨가 평소 유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 지칭한 기억은 없다”고 발언했다가, ‘그분’이 이재명 지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자 “이 지사와 관계 없다”고 발을 뺀 바 있다. 돌고 돌아 다시 검찰 조사에서 “그분은 유동규”라고 지목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 기한 만료에 쫓기던 검찰이 수사 축소를 희망하는 피의자의 진술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유동규씨가 심약한 성격이라 공직자로 채용된 이후 뇌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남달라 위례사업이나 대장동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만배씨가 자기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분’과 관련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보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도 검찰은 남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성남시청 정보통신과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도 6일째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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