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고 변희수 강제 전역은 부당' 육군에 항소 포기 지휘읽음

이효상 기자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를 이유로 전역 처분한 군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7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벽에 꽃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를 이유로 전역 처분한 군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7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벽에 꽃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육군이 패소한 판결과 관련해 육군참모총장에게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 변 전 하사에 대한 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을 존중하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육군은 “소송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행정소송 상소자문위원회는 이날 육군본부 측의 소송 수행자와 법무부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 포기 지휘를 권고했다. 판결 취지와 인간의 존엄성 존중에 관한 헌법 정신, 국민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육군의 항소 포기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자문위의 권고를 존중해 육군에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부처가 제기하는 모든 소송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는다.

지난 7일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오영표)는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전역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육군본부는 지난해 1월 “남성이던 변 전 하사가 성전환수술을 통해 일부러 심신장애를 초래했다”며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에 대해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신체 일부의 상실·결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변 전 하사는 직후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행정소송 첫 변론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족이 소송 원고 자격을 이어 받았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을 통해 전환된 성별(여성)을 기준으로 신체 상실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성소수자 기본적 인권, 국민적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전환자의 현역 복무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입법적·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했다. 사실상 항소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군인권센터 등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해야 할 일은 항소가 아닌 사죄”라며 “항소한다면 변 전 하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군이 항소를 포기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결은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사건 처분 당시 여성이었던 망인에 대하여 음경상실, 고환결손 등을 이유로 한 전역처분은 관련 법령 규정에 비추어볼 때 위법하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성전환자의 군복무 인정 여부는 추후 관련 규정의 개정 검토 등을 종합해 입법적·정책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가 항소포기를 지휘함에 따라 육군은 소송을 종결하고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한 정책연구를 통해서 성전환자의 군복무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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