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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화천대유 '전주' 측에 25억 빌려 5억 주택 매입…나머지 자금 행방 묘연

이보라·손구민 기자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에 투자한 ‘전주(錢主)’ 측으로부터 대장동 땅을 담보로 25억원을 빌려 전주 측이 시행한 도시형생활주택 32채를 매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2014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주택 32채 매입을 하고 남은 돈 17억원의 행방은 밝혀내지 못했다. 주택 매입에 쓴 돈은 빌린 돈의 20% 수준에 불과해 대장동 개발 사업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로비 자금의 조달을 위해 주택을 매매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남 변호사는 2012년 3월 화천대유 투자사 엠에스비티의 김모 전 감사가 대표로 있던 부동산 컨설팅업체 저스트알로부터 25억원(세후 22억7500만원)을 빌렸다. 남 변호사가 실소유주인 나인하우스가 취득한 경기 성남시 대장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이다. 남 변호사는 빌린 자금 중 5억5900만원을 저스트알이 시행한 서울 강동구 길동 현대웰하임 주택 32채를 취득하는 데 썼다.

남 변호사는 주택을 매입할 때 판교AMC와 나인하우스 등 직원들을 포함한 32명의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계약했다. 정영학 회계사와 정재창씨 등 대장동 개발 초기 사업자들의 가족 명의도 빌려 썼다. 현대웰하임 주택은 저스트알이 시행사를 맡았던 곳이다. 결국 시행사로부터 빌린 자금 일부가 다시 시행사가 지은 주택 취득에 들어간 셈이다. 주택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한 뒤에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엠에스비티의 이모 전 대표 등 대장동 개발 세력으로 명의가 돌려졌다.

2014년 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의 대출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모두 파악했지만, 남 변호사가 저스트알로부터 빌린 25억원 가운데 약 17억원의 용처는 드러나지 않았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예보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 업체 관계자는 “정 회계사와 김 전 감사가 공모해 위 분양 건을 통해 자금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며 “남 변호사가 차입한 자금 중 직원 체납 임금 지급을 위한 1억원을 제외하면 회사를 위해 쓴 자금은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상황을 보면 행방이 묘연한 이 17억원의 돈은 초기 로비 자금 등에 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 변호사는 당시 사업 인허가를 위한 대관 업무를 주로 맡았는데, 돈을 빌린 2012년 3월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전으로 민관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다. 대장동 세력과 대장동 개발 추진위원회가 성남시의회 앞에서 “민관개발을 주관할 공사를 설립하라”며 집회를 벌이며 여론전에 나섰던 시기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저스트알이 남 변호사에 대출 형식을 통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돈을 공급해줬을 수 있다”며 “자신들의 명의가 아닌 가족과 직원들의 명의로 주택을 산 것은 자금 세탁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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