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유동규 머릿속에 계획 다 있다”···대장동 세력 사업자 내정 정황읽음

이효상·이보라·허진무 기자

대장동 사업 공모 절차 1년 전에

성남도개공, 업자들 만나 회의

개발추진위·판교AMC 측서

"기획본부장이 기존 계약 인정"

정영학·남욱 세력 우선권 보장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건설 현장. 권도현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건설 현장. 권도현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약 1년 전부터 ‘대장동 세력’에 “공사가 설립되면 민관개발로 기존 토지계약을 인정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대장동 땅을 사들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우선권을 인정하겠다는 얘기로, 유 전 본부장이 일찍이 대장동 세력을 사업자로 내정한 정황이다. 2014년 초에 이미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세력이 사업 설계에 관한 논의를 마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동규가 기존 토지계약 인정 약속”

31일 경향신문은 2014년 4월4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원회, 판교AMC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회의록을 입수했다. 이날 회의는 그해 4월1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사업이 성남시에서 신생 성남도시개발공사로 이관된 이후 열린 첫 회의로, 대장동 개발 방안이 처음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공사에서는 이현철 개발사업팀장이, 주민대표격인 추진위에서는 A 위원장과 자산관리회사 판교AMC의 B 이사가 참여했다. 당시 판교AMC 대표는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였다.

이날 회의에서 추진위는 유 전 본부장의 ‘계획’을 언급하며 공사 측이 판교PFV와 주민들의 기존 토지계약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A 위원장은 “(유동규) 기획본부장님 머릿속에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획본부장께서 공사가 설립되면 민관개발로 기존의 토지계약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장동 부지의 약 80%에 해당하는 토지는 남욱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판교PFV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기존의 토지계약을 인정한다는 것은 공사가 판교PFV와 함께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된다. 2015년 2월 정식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10개월 전부터 유 전 본부장은 판교PFV와를 사업자로 내정한 것이다.

A 위원장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공문이 필요하다”며 “공사설립 조례안 통과 후 본부장님께서 대장동을 방문하셔서 민이 하는 수준의 계약을 보장하겠다라고 하셨고, (이재명) 시장님께서도 대장동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판교PFV와의 토지 계약이 인정돼야 주민들이 개발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토지계약을 선점한 대장동 세력이 공영개발론이 불거질 때마다 주민들을 앞세워 되풀이했던 주장이기도 하다. 2013년 11월 대장동 세력이 작성한 ‘대장동 추진방안’ 문건을 보면 “토지가가 평당 300만~400만원으로 거래된 바, 이 절반의 가액에 (성남시가) 수용하는 것은 엄청난 반발 초래”, “주민들이 이미 계약금을 받아 대부분 지출해 버린 상황으로 시에서 수용하면 계약금 반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추진위의 요구에 이현철 팀장은 “(유 전 본부장을) 자주 뵐 수가 없고 말씀하시지 않아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주민들에게 했던 말에 대해서는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하여 알고 있다”고 했다. 이 팀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공모지침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메모’로 유 전 본부장에게 보고한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 팀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이후 그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유동규와의 통화 녹음 들려주겠다”

[단독]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유동규 머릿속에 계획 다 있다”···대장동 세력 사업자 내정 정황

공문을 보내겠다는 확답이 없자 추진위 측은 재차 유 전 본부장을 언급했다. A 위원장은 “공문으로 해줬으면 한다. 본부장님과 통화한 것 중에 의도되지 않게 녹음된 통화가 있는데 내용을 들어보시면 알 것”이라며 통화 녹음을 들려주려 했다. 그러나 이 팀장은 “중간에 업무를 맡아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 듣는 말이다. 본부장님께서 한마디도 없으셨다”며 “본부장께서 말씀하셨다는 것은 안듣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내외부에서 의견을 말씀하신 것이 다를 수 있으니….”라고 했다. A 위원장은 “본부장님께서 공직을 사퇴하시면 제가 얘기했다고 한 번 물어보세요.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신 게 있기에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공문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공사 측의 공문을 요구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업자 선정 1년 전인 2014년부터 대장동 세력과의 공동개발을 기정사실화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팀장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 회의를 정례화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단 SPC 인원은 제외하고. 공문은 불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 빠질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반대”라며 대장동 땅주인들 이외의 사업자들과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회의 직후인 그 해 4월29일 판교PFV의 관계사 판교AMC는 공사 측이 판교PFV의 ‘지분 50%+1주’를 매입해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계획서를 내놓는다. 당시 사업계획서에는 “공공기관은 우선주만을 보유하는 바, 사업이익 전체 민간사업자 배당 가능”이라는 수익 배분 구조와 함께 “기설립되어 있는 판교PFV를 활용하여 설립 절차 최소화 및 설립 자본금 문제 해결”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만해도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따로 설립하지 않고 판교PFV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판교PFV가 성남의뜰로 교체된 것을 제외하면, 이 사업계획서의 수익 배분 구조 등은 1년 뒤 나온 실제 사업협약서 등에 그대로 반영됐다.

[단독]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유동규 머릿속에 계획 다 있다”···대장동 세력 사업자 내정 정황

배너가 클릭되지 않을 시 주소창에 https://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1/daejang/ 을 입력해주세요.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