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은 대장동 수사···배임 윗선·로비 의혹 수사 본궤도에

이효상 기자

사익추구 정황·대장동 세력과 공모 등

이재명 배임 혐의 확인에 수사력 집중

‘50억 클럽’ 의혹 규명도 탄력 받을 듯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구속하며 한 고비를 넘었다. 민간사업자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임 공모 정황이 드러난 만큼 수사는 ‘윗선’을 향하게 됐다. 검찰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로비 의혹이 있는 정관계 인사들이 정말 돈을 받았는지, 사업에 편의를 제공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최소 651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김씨,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장동 세력과 공사 측의 공모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사업 관여 여부를 규명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 후보가 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수익 배분 구조 등을 공사 측으로부터 보고받았는지 여부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장동 사업 관련 문건에 10차례 서명했다. 일부 대장동 관련 안건은 보고가 누락됐는데, 구체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담긴 사업협약, 주주협약 등이 이 후보의 결재를 받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사업의 세부 내용은 보고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장동 사업에 대한 이 후보의 구상은 대장동 세력이 유 전 본부장에게 한 청탁과 상당 부분 겹친다. 검찰은 김씨 등이 유 전 본부장에게 공모지침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7가지 필수 조항을 요구해 관철시킨 것을 배임 공모의 핵심 근거로 봤다. 7대 필수조항에는 공사 측이 1공단 공원 조성비용과 1800억원대 임대주택 부지 이외에 추가 이익 배분을 요구하지 않을 것, 건설사의 사업 참여를 제한할 것, 금융기관의 참여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할 것 등이 포함됐다.

이는 공교롭게도 이 후보가 밝힌 대장동 사업의 원칙과 닮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설계자는 제가 맞다”며 “비용 부풀리기와 부정거래가 의심이 되기 때문에 ‘고정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라’가 첫 번째 지침이었다”고 말했다. 이 밖의 지침으로는 민간사업자 공개경쟁, 건설사 배제 및 대형금융기관 중심 공모, 부제소 특약 추가, 부정거래 시 100% 개발이익 환수 등이 있었다. 김만배씨는 전날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후보가 제시한 지침이 결과적으로 화천대유 측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더라도 사업 결정권자의 정책 판단일 가능성도 있는만큼 뇌물수수 등 사익 추구 정황이 나오지 않는 한 배임 혐의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은 대장동 개발 이전의 민관합동 개발 사례였던 위례신도시 사업을 초과 이익 환수 방식으로 설계했지만 사업 수익(300억원)이 기대 이익(1100억원)을 밑돌아 대장동 사업에서는 공사의 이익을 고정했다고 주장한다. 또 막대한 개발 비용을 감당 못하고 건설사가 파산할 것을 우려해 대형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공모하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이 후보의 사익 추구 정황 내지 대장동 세력과의 직접적인 공모 정황을 확인하지 못하면 배임 혐의 수사는 ‘대장동 4인방’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전날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의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황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설계를 지휘한 만큼 황 전 사장 사퇴에 윗선의 관여가 확인되면 배임 행위 가담의 정황이 될 수 있다. 공사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며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의 이름을 8차례 거론했다. 정 부실장은 화천대유가 시행한 아파트를 분양받는가 하면 검찰의 유 전 본부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당일 유 전 본부장과 특정 앱을 이용해 통화를 나누기도 했다.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의 신병 확보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 궤도에 올랐다. 김씨는 법조인 등 6명에게 50억원씩 지급하기로 마음 먹고, 총 350억원을 로비 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을 받는다. 이 중 일부는 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어떤 명목으로 돈이 전달됐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의 1차 구속영장 청구 때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뇌물 50억원을 건넨 혐의를 넣었다가 이번 구속영장에서는 뺐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는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와 100억원대 자금을 거래했고, 언론사 고위 인사인 홍모씨는 김씨와 50억원이 넘는 돈을 거래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들과 거래한 자금의 성격과 거래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날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속여 다달이 월급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부인을 불러 조사했다. 원 전 대표는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고문료를 지급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의 대가성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비 넘은 대장동 수사···배임 윗선·로비 의혹 수사 본궤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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