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들 타깃이 된 ‘국민참여재판’, 왜

이두리 기자

‘전자발찌 살인’ 강윤성 신청

법원, 결국 내년 재판 결정

피고인 뜻 따른 절차 치중

강력범들 ‘감형 악용’ 논란

피해자 ‘2차 고통’ 없어야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이 지난 9월 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이 지난 9월 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윤성(56)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됐다. 강씨는 2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다른 핑계를 대지 않고 순순히 자백을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공격을 받고 있어 억울하다.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심원들에게 객관적으로 판단받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한 강씨는 지난달 태도를 바꿔 “객관적으로 판단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에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 사유에 해당하는 요건이 없고, 국민참여재판이 논리적으로 어렵거나 곤란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사법부와 권한과 책임을 나눔으로써 진정한 국민주권을 구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제도이지만, 강력범죄의 형량을 줄이는 데 악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총 974건의 살인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접수됐고, 그중 55%인 536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실시됐다. 성범죄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접수 건수가 1856건으로 가장 많지만 배제율도 높아 22.4%인 416건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실시됐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성폭력 범죄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재판을 하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고, 담당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피고인에게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2년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 또는 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배제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대법원은 2016년 판결을 통해 국민참여재판 배제 기준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이 판결에는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나이나 정신상태 등의 사정을 고려해야 하며, 성폭력 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폭력 피해자가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배심원의 감정에 호소하도록 한다는 비판은 국민참여재판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권리이자 사법민주주의 실현 수단이기도 하다. 홍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심원들은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양형기준에 따라 의견을 내기 때문에 형량을 줄이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악용’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유무죄 판단과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행위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고 했다.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국민참여재판 전체 사건 2718건 중 2541건(93.5%)은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일치했다. 평결과 판결이 일치하지 않은 사건은 177건(6.5%)이었다. 배심원이 무죄 평결한 사건이 163건, 유죄 평결한 사건이 14건이었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