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구속영장 기각…수사 종결 수순 밟나

이효상 기자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구속영장을 2일 법원이 기각했다. 손 검사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지휘하던 대검찰청과 국민의힘을 연결하는 ‘고리’로 지목된 인물인데, 그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 시도가 연거푸 무위에 그친 것이다. ‘고발 사주’ 사건 수사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아니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주임검사 여운국 차장)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부하 검사들에게 범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 및 관련 자료 수집을 지시하고 그 결과물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한 혐의로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0월 손 검사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한 달여간 보강 수사를 거쳐 다시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공수처는 1차 구속영장에는 문제의 고발장 작성·전달자를 ‘성명불상자’로 기재했지만, 이번 구속영장에는 전달자를 ‘성모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 임모 검찰연구관 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 공무원’으로 명시하며 전달 경로를 구체화했다. 손 검사가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과 공모했다는 부분도 제외했다. 일단 손 검사의 혐의 입증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공수처의 혐의 입증이 불충분하다고 봤다. 공수처가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데다, 고발장 전달자도 복수의 검사로 뭉뚱그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표현만 ‘성명불상자’에서 ‘성 검사, 임 검사 등’으로 바뀌었을 뿐 고발장 전달 경로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 달여의 보강 수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공수처의 ‘고발 사주’ 사건 수사는 좌초할 공산이 커졌다. ‘고발 사주’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 범죄가 아니라 대검 소속 검사들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조직적 범죄 의혹이다. 관여 의혹을 받는 모든 인물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핵심 고리’ 역할을 한 인물을 타깃으로 집중 수사를 벌여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찾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인물들로 범위를 넓혀가는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 ‘핵심 고리’에 해당하는 인물이 손 검사이다. 고발 사주 관여 정황이 가장 뚜렷하기 때문이다. 손 검사의 혐의를 입증해야 대검의 누가, 왜 손 검사에게 위법한 일을 시켰는지, 손 검사가 대검의 누구와 공모했는지, 누구에게 위법한 행위를 지시했는지, 김웅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을 왜 보냈는지, 김 의원은 그 고발장을 국민의힘 내에서 어떻게 유통했고, 어떻게 고발에 이르게 했는지 순차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 대검 윗선의 관여 여부, 검찰과 국민의힘 간 공모 여부를 규명하는 첫 단추가 손 검사의 범죄 혐의 입증인데, 공수처가 여기서 또 막힌 것이다. 김 의원이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의 ‘손준성 보냄’ 문구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사실, 고발장 전달이 이뤄지기 직전 고발장에 첨부된 실명 판결문을 손 검사 부하 검사들이 열람한 사실을 확인한 수사 초기 수준에서 별반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공수처가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손 검사 등 일부 관련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개월간 총력전을 펼치고도 중대 사건의 의혹 규명에 실패하는 것이다. 공수처는 출범 1년도 안 돼 중대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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