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처럼 따르던 10대 자매에게 ‘그루밍 성추행’ 목사 징역형 “죄질 매우 불량”

박홍두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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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처럼 따르던 미성년자 자매 신도에게 ‘그루밍’(길들이기) 성추행을 한 혐의로 50대 목사 A씨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2)에게 지난 2일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3~2014년 담임목사로 일하던 시절 교회에서 10대 자매 신도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동생인 피해자는 초등학생인 만 13세 미만인 아동이었을 때부터 A씨에게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해당 교회를 떠나고 수년이 지난 뒤 대화를 나누던 중 상대방도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제서야 이후 수사기관과 어머니에게 이를 알렸다.

A씨는 재판에서 “추행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사건 이후에도 자매가 자신과 식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피해 사실을 밝힌 것도 비합리적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자매의 어머니가 교회 내에서 발생한 불화로 인해 A씨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딸들에게 무고를 종용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구체적인데다 위증이나 무고로 처벌받을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A씨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A씨를 부모처럼 따르고 목사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친척들과 함께 교회에 소속돼 A씨를 목사로서 깊이 신뢰하고 A씨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음을 고려하면 범행 직후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추행 사건을 심리할 때는 발생 맥락에서 성차별을 이해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은 것을 비춰보면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지위나 범행 방법 등 고려해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들과 그 모친을 협박하는 등 고통을 가중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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