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형기 넘겨 수년간 치료감호소 수용된 발달장애인…법원 "발달장애인 배제 말아야"

정해진 형기를 넘어 3년 가까이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된 자폐성 발달장애인이 ‘발달장애를 고려한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해달라’고 낸 임시조치 신청에 대해 법원이 조정권고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치료감호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고법 25-3민사부(재판장 백강진)는 지난 7일 발달장애인 A씨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행위중지 임시조치신청에 대해 “법무부가 발달장애인을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심사하라”고 조정권고결정을 했다. 법무부와 A씨가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판부는 별도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A씨는 지난 3월 법무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임시조치도 신청했다. A씨는 2019년 4월 구속된 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형기를 넘긴 2년8개월째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상태다. 치료감호 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이나 약물 등의 중독자, 정신장애인 중에서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교정시설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용하는 것이다. 치료감호 제도는 수용 기간이 선고받은 형기에 비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돼 왔다.

A씨 측은 “치료감호가 인권침해적이기 때문에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두 요건을 모두 엄격히 고려한 치료감호 종료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A씨 같은 발달장애인에게는 치료가 불필요함에도 적절한 종료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는 치료로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재활과 교육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 측은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자폐성 장애인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심의위원에 포함시키고,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소의 능력을 고려한 심의를 진행하라”라고 했다. 법무부 측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 종료 심사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주치의가 A씨를 직접 면담해 치료경과 및 예후, 재범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면담결과보고서 및 정신감정서를 작성하라”며 “치료감호심의위는 이에 기초해 A씨의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에 관해 심의한 뒤 A씨의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심사하라는 취지이다.

A씨 변호인단은 “기존 치료감호 종료 심사가 사실상 졸속으로 이뤄진 것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라며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법무부가 진료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않은 A씨 등에 대해서는 병명과 향후 치료 의견을 간략히 적은 동태보고서만 치료감호심의위에 올린 관행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법은 치료감호심의위가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하도록 규정하지만 현실에선 진료심의위의 판단에 따라 심사 결과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16일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법원 결정을 수용해 자폐성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즉각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법원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 결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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