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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반…신고는 16% 급증했지만 기소의견 송치는 0.45%읽음

이보라 기자

대검찰청 관련 통계 작성 안 해

기소 건수 얼마인지 알 수 없어

경향신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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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16% 급증했지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0.4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1000건 신고하면 4~5건만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셈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2년6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기소되는 경우가 극히 적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2019년 2130건, 2020년 5823건, 2021년 6763건 등 총 1만4716건이다. 2021년은 전년에 비해 접수 건수가 16.14% 늘었다.

신고 유형별로는 폭언이 6588건(39.72%)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인사(2810건·16.94%)와 따돌림·험담(2148건·12.95%)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차별 588건(3.54%), 업무미부여 497건(3.00%), 폭행 441건(2.66%), 감시 399건(2.41%), 강요 271건(1.63%), 사적 용무지시 252건(1.52%) 등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 신고 건수는 제조업 2523건(17.14%),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2200건(14.95%), 기타 2159건(14.67%), 사업시설관리업 1782건(12.11%) 순이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노동자가 신고로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되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종결된 사건(1만4327건)의 처리 현황을 보면 기타 6535건(45.61%), 취하 5754건(40.16%), 개선지도 1859건(12.98%) 순이었다. 특별사법경찰인 노동부가 검찰로 송치한 사건은 179건으로 1.25%에 그쳤다. 그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66건으로 전체 사건의 0.45%에 불과했다.

대검찰청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통계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송치된 사건 중 검찰이 기소한 건수가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극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지난해 3월 병원 내 인권침해 문제를 공익신고한 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간호사에게 수차례 부당 징계한 혐의를 받는 병원장을 불기소했다. 검찰은 “간호사의 언론 인터뷰로 병원 측에 끼친 침해 정도가 상당하다”며 병원장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검도 지난해 5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을 부당전보한 혐의로 고소된 한국전력공사 측을 불기소했다. 검찰은 “인사이동이 업무상 필요성으로 인정된다”며 “인사발령이 현 근무지와 출퇴근 시간이 비슷한 곳으로 이뤄져 이익 침해 정도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불이익은 굉장히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노동부와 검찰은 신고인의 불이익을 협소하게 해석하고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진다. 결국 불이익은 신고인이 모두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5명 미만 사업장이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도 법 바깥에 있다.

법 적용이 물렁하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은 좀체 완화되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의 지난해 1~10월 집계에 따르면 회사나 노동청 신고로 이어진 사건(402건) 중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건수는 139건(34.6%)이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발생해도 조치하지 않는 경우가 40%를 넘었다.

용혜인 의원은 “법 적용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 등으로 높이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해자) 처벌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구체화한 조항을 새로 두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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