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부터 '존폐론' 시끌시끌 공수처…"인적 쇄신으로 수사력부터 확보해야"

이보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공수처가 처한 안팎의 환경은 최악이다. 검찰개혁의 성과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불과 1년 만에 존폐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궁박한 처지에 놓였다.

공수처는 21일 출범 1주년 행사를 비공개로 갖는다. 직원들이 모여 김진욱 공수처장의 모두발언을 듣는다고 한다. 외부 인사 초청이나 출입기자 간담회는 하지 않는다. 1년 전 출범 당시 법무부 장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불러 현판식을 개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공수처 내부 분위기도 출범 당시와 확연히 달라졌다. ‘고발 사주’ 수사에서 연거푸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데 이어 통신자료 조회 논란까지 불거져 사기가 꺾였다. 주요 수사는 멈춰있는 상태나 다름 없다.

가장 주목을 받았고 공수처도 수사력을 집중한 고발 사주 사건 수사는 용두사미에 가까운 상황이다.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영장이 세 차례나 기각돼 수사 동력을 잃었다. 별다른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수사를 털려던 계획도 어그러졌다. 공수처는 오는 3월 대선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불기소하고 손 검사를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사 역량 부족이다. 공수처 검사 대다수는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와 변호사 출신이다. 주요 사건 압수수색 때마다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검사들이 주된 수사 대상이다 보니 공수처의 역량 부족이 두드러졌다. 공수처는 지난해 입건한 24건의 사건에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각각 2건씩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것은 한 건도 없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를 둘러싼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공수처는 검찰이나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를 견제하는 기구로서 기대를 모았는데, 정작 ‘1호 사건’은 직접 기소할 수도 없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을 골라 여권의 반발을 샀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후보 관련 사건이 많다는 점을 들어 “윤석열 수사처”라고 했다. 공수처를 비판한 ‘이성윤 고검장 특혜 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 등을 수사하면서 기자 가족의 통신내역까지 조회해 검찰의 수사 관행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공수처에 충원돼야 한다고 말한다.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는 사건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공수처가 인권친화 수사 방침을 표방해온 만큼 강제수사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등 검찰과는 다른 수사 관행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