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2심도 집행유예···"정답유출 맞다"

김희진 기자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현모 양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현모 양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유출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는 쌍둥이 자매가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이관형)는 21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 쌍둥이 자매(21)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1심보다 줄어든 형량이다.

현씨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쳐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현모씨가 유출한 시험문제 답안을 받아 문제를 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자매에게는 숙명여고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현씨 자매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1심 판단 대부분을 유지했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현씨 자매 내신 성적이 이례적으로 급상승했는데도 전국 모의고사 및 학원 성적은 거기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 시험지에 ‘깨알정답’을 적어두고 문제 풀이과정이 잘못됐음에도 답을 맞추는 등 정답 유출을 의심케하는 여러 행동을 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현씨 자매 측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답안 유출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직접증거가 없고, 현씨 자매의 성적표 및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절차상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2018년 현씨 집에서 압수된 성적통지표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보기 어렵지만, 성적표는 서울시교육청과 숙명여고 교무실 등에서 별도로 확보했다”며 “피고인들 성적이 이례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혐의 성립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보관자이자 공범관계인 아버지 현씨가 영장 집행과 포렌식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씨 자매 측이 서로의 공범이 아니라고 한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자매 사이인 피고인은 아버지를 통해 서로의 범행을 알게 됐을 뿐 서로 범행을 할 때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등 행위를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아버지로부터 답안을 유출받아 1년 동안 5회에 걸쳐 부당하게 시험을 봤고, 정상적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숙명여고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준 것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정기고사 성적은 실력으로 이룬 정당한 성적이라고 주장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입시와 직결된 사건이란 점과 더불어 피고인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인 행동들로 인해 형사책임과 별개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며 “아버지 현씨가 징역 3년을 마친 현재까지도 이 사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자매 중 동생만 출석해 선고를 들었다. 선고가 끝난 뒤 아버지 현씨는 방청석에서 재판부를 향해 “상상으로 (유죄 판결을) 할 수 있나. 아무리 (법이)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 한다”고 외쳐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현씨는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형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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