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주노동자 산재 보상, 한국 선원과 같은 임금 기준 적용해야”

김희진 기자

어선서 일하다 다친 인니 출신 선원, 수협 상대 소송서 이겨

“외국인 최저임금 낮다고 산재 보상금까지 차별하는 건 위법”

법원이 한국 어선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이주노동자에게도 한국인 선원과 동일한 임금 기준을 적용해 산업재해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인 선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이주 선원이 해당 임금 기준을 바탕으로 산재 보상에서도 차별받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4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김연주 판사는 한국 어선에서 일해온 인도네시아 출신 A씨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한국인 선원의 최저임금 고시를 기준으로 장해급여 등을 지급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19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한국 업체의 35t짜리 선박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그는 그해 12월 그물을 끌어올리다 오른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손등과 손가락 뼈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해 분쇄골절 진단을 받았다. 2020년 4월까지 치료를 받아야 했던 A씨는 산재를 신청해 수협으로부터 상병급여 240여만원과 장해급여 1300여만원을 받았다.

A씨가 받은 상병급여와 장해급여는 한국인 선원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었다. 상병수당 등은 ‘선원 최저임금’에 따라 결정되는데,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한국인 선원보다 적기 때문이다. 한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해양수산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선원 최저임금 고시’에 따라 결정되는 반면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하도록 위임돼 있다.

해수부는 바다에서 일하는 특수성을 고려해 어선원의 최저임금을 육상노동자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시하고 있지만, 단체협약에 따라 정해지는 이주어선원의 최저임금은 육상노동자의 최저시급에도 못미친다.

2020년 기준 이주어선원의 최저시급은 8240원으로 육상근로자 최저시급 8590원보다 적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에도 (한국인) 어선원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임금을 기준으로 상병급여 및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봐야 타당하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주어선원의 산재 보상금을 정할 때 별도 규정이 없는 한 이주어선원의 임금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외국인 선원에게 불이익한 해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저임금이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의 최저선을 정한 것”이라며 “위임의 한계를 일탈해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단체협약 등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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