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는 대면 '사전 선거운동' 금지는 위헌"…헌재, 옛 공직선거법 위헌 결정읽음

김희진 기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영민 기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영민 기자

선거운동 기간 전 후보자가 유권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지지해달라며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한 옛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2020년 12월 법 개정으로 이 같은 행위는 더 이상 불법이 아니지만, 과거 이 조항으로 인해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24일 박찬우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옛 공직선거법 59조와 254조 2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박 전 의원은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2015년 10월 충남 홍성군에서 선거구민이 참석한 대규모 당원 단합대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의원은 이듬해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았다. 박 전 의원은 재판 도중 공직선거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옛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문자메시지 전송이나 인터넷으로 사전 선거운동은 가능하지만, 유권자를 직접 만나 사전 선거운동 등을 할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었다. 다만 이 조항들은 2020년 12월 선거법 개정과 함께 사라졌다.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집회를 열어 다수를 모으는 행위 등이 아니라면 사전 선거운동 기간에도 전화나 말로 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됐다.

헌재는 옛 공직선거법 조항 중에서 개별적으로 만나 말로 지지해달라고 하는 선거운동까지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다수의견은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 방식은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문제나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성이 낮다”며 “이런 선거운동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기본권 제한과 공익목적 달성 사이 법익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돈이 들지 않는 선거운동 방법인 만큼,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방지와 기회균등을 보장한다는 공직선거법 입법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반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반면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같은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던 2016년에 비해 (선거문화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개별적으로 만나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한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다음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선거의 부당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라는 입법목적 달성이 어렵게 될 수 있고, 유권자 개별 접촉에 따른 각종 탈법적 선거운동이 발생해 ‘선거의 공정성’이란 입법목적 달성에도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종전 합헌결정이 있었던 2016년 7월부터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2020년 12월 전까지 옛 공직선거법 효력이 상실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직전 합헌 결정이 있은 다음날인 2016년 7월 1일부터 ‘말로 하는 대면 선거운동’ 금지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 등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헌 결정은 받아냈지만 정작 헌법소원 청구인인 박 전 의원은 헌재 결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박 전 의원은 ‘옥외 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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