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금 8억원을 타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됐던 아내 이모씨(31)와 공범 조모씨(30)가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이씨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씨와 조씨를 인천구치소에서 불러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 미수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들이 지난해 12월 14일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전날 검거되기까지 도피를 도와준 조력자가 있는지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과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아 ‘밀항설’까지 나돌았던 이씨와 조씨를 검거하는데에는 경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검찰은 조씨와 이씨를 3개월 넘도록 추적하고도 검거하는데 실패하자 지난달 30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이후 검찰은 경찰과 함께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주력해 왔다. 경찰은 지난 6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을 중심으로 ‘추적 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그동안 이씨와 조씨 가족, 지인 등에 대한 탐문수사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 잠적한 이들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고 3∼4일간 잠복했다. 그러나 이들이 숨어있던 오피스텔은 40층 이상의 고층으로 2513가구가 입주해 있는 대단지여서 정확히 몇동, 몇호에 은신해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때마침 지난 16일 이씨가 대포폰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죽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 아버지를 삼송역으로 불러 이씨가 은신한 오피스텔로 데리고 가서 문을 열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어 최대한 이씨 등이 자진해서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와 조씨는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며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경찰의 말에 이씨와 조씨는 ‘알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피스텔에서 이씨 등이 사용한 휴대폰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마 대포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포폰과 오피스텔을 임대해준 조력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30일쯤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 A씨(사망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게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의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A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