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민주당·검찰 상황 중계만…피해자 입장·보완점 기사 적어

정리 | 김혜리 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5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2년 5월 정기회의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김호기 위원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주재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독자위원들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검수완박) 관련 보도 등 경향신문 콘텐츠에 대해 논의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2년 5월 정기회의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김호기 위원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주재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독자위원들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검수완박) 관련 보도 등 경향신문 콘텐츠에 대해 논의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2년 5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호기 위원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나리(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대표), 박영흠(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오지혁(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윤희웅(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위원이 참석했으며, 표미정(동명여고 수학교사)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참석했다.

독자위원들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률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 정부 국무총리와 장관들에 대한 인사검증 기사들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도 다수의 의견이 제시됐다. 경향신문의 인물 호칭 표기가 적절한지도 논의했다.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이주민 자녀들의 삶을 조명한 ‘살람! 1만㎞의 등굣길’ 시리즈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경향신문의 관점을 살린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공포마케팅 용어 ‘검수완박’
그대로 쓰는 게 맞는 건지 의문

김호기 = 권력 교체기에 벌어진 ‘검수완박’ 사태는 참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최근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구조화된 상태에서 경향신문의 보도와 사설에선 고뇌가 느껴졌다. 보수매체 또는 경향신문보다 진보적인 매체 등을 보면 아주 극단적으로 보도한다. 경향신문은 진보매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양비론적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양비론이 좋은 건 아니지만 특정 정당의 기관지처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곽경란 = 경향신문은 처음에는 검찰개혁법이라고 쓰기도 하다가 작은따옴표를 붙여 ‘검수완박’으로 썼는데, 어느새 검수완박을 고유명사처럼 쓰고 있다. 통과된 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검찰이 그 용어를 공포 마케팅에 활용해온 측면도 있어, 중립과 객관을 견지하는 언론사가 그대로 써도 되는지 의문이 있다. 관련 보도의 내용도 민주당과 검찰 양측의 입장만을 전달한 것 같다. 서로 다른 의견을 질적으로 뭉쳐야 공론을 만들어갈 수 있고 독자들도 의견형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점이 아쉬웠다. 기존 검찰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무엇이고 새롭게 발생할 문제는 무엇인지, 여당의 법안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합한지 분석하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신지영 = ‘검수완박’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종의 ‘틀’이기 때문에 이를 쓴다는 것은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용어를 쓰면 독자들은 경향신문이 ‘검수완박’이라는 용어의 틀에 공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어를 사용할 때 입장을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

‘피해자 입막는 개정안’ 기사처럼
문제점 지적, 선제적으로 했어야

박영흠 = 여당이 제출한 법안의 보완해야 할 지점들, 서민 범죄 피해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과 문제들이 있는데 이 부분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상황을 중계하는 데 집중하고, 한계나 문제점을 분석하는 기사는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4월22일자 주간경향의 ‘검수완박 독주 종착역은 어디인가’나 5월2일자 ‘피해자 입 막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가’ 같은 기사들이 좀 더 일찍 선제적으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윤희웅 =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소개해야 하는 언론의 고충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보다 깊이 있게 가지 못하거나 일관된 방향으로 가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또 그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의 소통과 협치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본다. 치우치지 않으려고 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장관 후보자들 단독기사 많았지만
도덕성 집중, 능력·정책 검증 부족

박영흠 = 인사검증과 관련해 치열하게 취재하고 꼼꼼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도덕성 검증에 집중하고 국무위원으로서의 능력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 이는 한국 언론의 관행인데, 반쪽짜리 검증이다. 정책적 역량을 갖췄는지, 이 사람의 정책 기조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합하는지 등도 심도있게 봤어야 했다. 도덕성 검증도 한 사람의 삶을 지나치게 먼지 털 듯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어떤 장관 후보자가 1990년부터 27건의 교통 과태료를 물었다는 기사나 어떤 후보자가 사적 모임에서 ‘2+2’로 식사를 해 방역조치 위반 의혹이 있다는 기사 등은 과해 보인다. 이런 문제가 과연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도덕적 흠결인지 싶다.

신지영 = 도덕성 부분은 해당 후보자가 공직 수행에 있어 국익이 아니라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일할 것은 아닌지 등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다. 방역 위반은 고위공직자에게 매우 중요한 도덕적 흠결이 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가 된다면 그 자신이 규칙을 만들어 국민들이 지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미정 = 자진사퇴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 직후부터 빠르게 인사검증에 착수해 관련 단독 보도도 많이 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개인 및 가족의 도덕성 검증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각 후보자를 심층 인터뷰해 기존의 정책에 대한 평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 등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직접 인터뷰가 어렵다면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라도 정책검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윤희웅 = 언론사들 간의 단독기사 경쟁이 심해지면서 후보자들의 흠집을 집중적으로 찾아 보도하는 것 같다. 인사청문회를 보면 도덕적 흠결을 찾아내려는 질문도 있지만 역량에 대한 질문도 상당히 많다. 언론도 도덕성 검증만큼 자극적이진 않다 하더라도 역량 분석에 대한 보도 비중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있는지, 장관으로서의 철학이 무엇인지 등을 충실히 보도한다면 인사검증 보도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름·직함 등 호칭 사용 나눠져
직업 따라 위계·서열 느끼게 해

신지영 = 경향신문의 인물에 대한 호칭을 보면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다. 외국인이나 연예인, 운동선수 등은 나이와 상관없이 ‘씨’도 붙이지 않고 이름만 쓴다. 대통령이나 교수 등은 직함을 쓴다. 결국 신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씨를 붙일 수밖에 없는 사람, 씨도 못 붙이는 사람, 씨 아닌 다른 호칭을 갖는 사람 등 세 그룹으로 나뉜다. 사람들 사이에 직업의 차이에 따라 위계와 서열이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한다.

김호기 = 지난달에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라는 표현이 함께 들어 있는 기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기사를 잘못 썼는 줄 알았는데, 알아 보니 전직 대통령 중 유죄가 확정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예우가 박탈되면 ‘전직 대통령 ○○○씨’로 표기하는 것이 경향신문 내부 규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맥락을 모르고 보는 많은 독자들은 당황할 것 같다. 해당 기사의 댓글도 모두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독자들에게 호칭 사용의 취지를 명확히 설명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신지영 = 지난 3일자에 ‘위안부 할머니 김향주 별세’ 부고가 실렸다. 할머니가 아니라 활동가로 부르는 게 적합하다. 언론사에 호칭 사용 원칙이 있는 건 알겠지만 그 원칙에 대해 재고할 필요도 있다.

조롱 묻어난 머스크 기사 ‘불편’
인수위 근거 없는 주장, 비판 적절

김나리 = 지난달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왜 그가 50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런 일을 하는지 궁금증이 컸다. 경향신문도 관련 보도가 많았고 칼럼도 실었는데, 주로 머스크가 야욕이 있다거나 돈 많은 사람이 장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 약간의 조롱조도 느껴졌다. 언론사가 자신들이 그닥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조롱투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독자로서 불편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배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했다.

오지혁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12일 낸 보도자료에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재난과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을 했는데, 데이터도 이상하고 근거도 빈약했다. 경향신문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적절하게 비판해 준 것 같다. 인수위는 기후위기를 주요 국정과제로 거의 다루지 않았고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이런 흐름은 새 정부 5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줄 필요가 있다. 폭염으로 어린이들이 코피를 흘리고 농작물 피해도 크다는 내용의 지난 3일 ‘4월인데, 지옥같다 … 50도 육박, 인도·파키스탄에 때 이른 폭염’ 기사는 기후위기 문제를 독자들의 피부에 와닿게 해주는 기사로 평가할 만하다.

‘살람! 1만㎞ 등굣길’ 기획에 감동
내용·형식서 경향신문 관점 살려

박영흠 = 아프간 이주민 아이들의 국내 정착을 다룬 ‘살람! 1만㎞의 등굣길’ 기획은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기사를 한국어와 아프간어에 영어로까지 작성한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다.

김나리 = 인터랙티브 기사 형식도 좋았고, 기존에 많은 언론에서 나왔던 선주민의 입장에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들의 눈으로 현실을 봤다는 점에서 경향신문의 관점을 칭찬하고 싶다.

표미정 = 지난달 13일 ‘초등생 10명 중 3명, 코로나 이후 더 우울’이라는 기사는 교육부 발표를 토대로 한 것인데 경향신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심층보도를 하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최근 3개월 내에 자살 충동 경험을 했다는 학생이 전년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 통계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데, 심각한 문제다. 심층취재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여론을 조성했으면 한다.

김호기 = 최근 한국 사회는 양극화된 전투형 정치사회라 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진전돼 왔는데,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높은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사실보다 신념이 더 중요한 정치, 강성 지지층이 정당을 구속하는 정치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변해버린 한국 정치의 현실을 심도있게 분석하는 기획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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