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 검찰 눈치보나…김홍영 검사 유족에 “감찰기록 달라”

허진무 기자
고(故)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가 2020년 10월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김 검사의 추모패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무부 제공

고(故)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가 2020년 10월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김 검사의 추모패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무부 제공

고(故)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을 감찰했던 과거 검찰 수뇌부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에 감찰기록을 넘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공수처는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하는 대신 유족 측에 감찰기록을 달라고 요청했다. 검사의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공수처는 2016년 당시 김홍영 검사를 괴롭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대검 감찰본부(감찰부)가 감찰한 기록을 넘겨달라고 최근 대검에 요청했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지난해 8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정병하 전 대검 감찰본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당시 대검 감찰라인은 김 전 부장검사를 감찰해 비위를 확인하고도 형사고발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이 일었다.

대검은 공수처의 감찰기록 제공 요청에 ‘검찰 내부 자료이고 김 전 부장검사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제공할 수 없다’는 취지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이 끝나고 형이 확정될 때까지 공수처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대검의 협조를 받지 못하자 김 검사의 유족 측에 감찰기록을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 측은 지난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 명령으로 대검으로부터 감찰기록을 제출받았다. 유족 측은 소송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수사에 필수적인 자료를 대검이 내놓지 않는다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감찰 방해 의혹’을 수사하며 대검이 감찰기록을 주지 않자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의 기본은 임의수사이고, 강제수사는 임의수사 후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을 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임의수사 단계에서 관련 기관과 관계인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감찰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오는 18일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이 행한 신체적 접촉이나 유형력 행사는 그 의미와 진의가 김홍영 검사에 대한 격려이거나 적어도 상당 부분이 그러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9년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친고죄(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인 모욕 혐의는 유족의 고소 가능 기간인 6개월이 지났다며 불기소하고 폭행 혐의로만 기소했다.

변협은 김 전 부장검사의 폭언에 모욕죄를 적용할 수 없다면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달라고 항고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변협과 같은 의견을 냈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2월 ‘상급자와 하급자 관계에 비춰 범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항고를 기각했다. 변협은 지난해 4월 재항고했지만 대검은 1년1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