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론스타 ISDS 판정은 ‘7월 이후’로…10년 분쟁 결과 초읽기읽음

허진무·이보라 기자
2006년 3월 30일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내부 모습. 연합뉴스

2006년 3월 30일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내부 모습.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0년 동안 다툰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의 결론이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오는 7월 이후에는 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중재판정부는 최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국을 통해 한국 정부와 론스타 양측에 ‘최선을 다해 판정문을 작성하고 있지만 6월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신속하게 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 최종 판정문이 작성되면 중재판정부는 ‘중재절차종료’를 선언하고 이로부터 120일 내에 판정 결과를 발표한다.

법무부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중재판정부는 ‘판정문 완성이 6월까지는 어렵다’는 통지 직전에 ‘현재까지 ISDS에 지출한 비용을 업데이트(갱신)해달라’고 통지했다. ‘비용 업데이트’는 통상 6개월마다 이뤄진다. 한국과 론스타는 판정 결과에 따라 승소한 상대편이 지출한 소송 관련 비용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 법무부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69억원의 예산을 들여 론스타 ISDS에 대응해왔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최근 통지한 것이 마지막 ‘비용 업데이트’라고 추측한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달러(약 5조7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중 최대 규모다. 론스타는 2003년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지분 51%)을 인수했다. 2007년 HSBC과 외환은행 매각계약(60억1800만달러)을 맺었지만 2008년 HSBC가 인수를 포기해 거래가 무산됐다. 론스타는 2012년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금융위원회)가 외국자본의 ‘먹튀’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매각 승인을 두 차례 부당하게 지연한 탓에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 국세청이 론스타에 차별적으로 과세를 했고, 론스타가 ISDS에서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 이 세금까지 손해배상금 액수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매각 승인을 정당하게 연기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떨어진 이유도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며, 정부는 매각 협상에 개입하거나 차별적으로 과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ISDS는 3심제인 국내 재판과 달리 ‘단심제’이다. 한국 정부가 패소하면 법무부는 법원의 ‘재심’과 비슷한 ‘판정 취소 소송’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판정 취소가 인정된 사례가 극히 적어 취소 소송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한국의 국제 신인도나 평판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가 패소하면 외환은행 매각·재매각 당시 관련자이자 현재 윤석열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근무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은행제도과장으로 근무했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날 때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