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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몸무게·55시간 근무·주4일 술접대하다 숨진 50대…법원 “업무상 재해”

김희진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우철훈 선임기자

거래처 직원을 접대하는 회식을 마치고 자택에 돌아와 숨진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카드 관련 회사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8년 2월13일 거래처인 카드 회사 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밤 12시30분쯤 집에 돌아왔다. 잠에 든 A씨는 당일 오전 3시쯤 숨졌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사망 당시 50대 중반이던 남성 A씨는 170㎝가 넘는 키에 체중이 43㎏였고, 숨지기 직전 일주일 사이 총 4차례 걸쳐 거래처와 술접대 자리를 가졌다.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A씨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업무에서 비롯된 부담과 스트레스가 A씨 사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A씨가 사망 직전 과음했던 데다 숨지기 전 이틀간 술접대 자리를 가진 점 등을 고려했다. A씨가 접대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점을 들어 접대 자리가 필수 업무적 성격을 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연구소장의 업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정규 근로시간 업무 외에도 평일 퇴근 후 시장상황 파악과 고객관리를 위해 카드사 임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A씨는 ‘을’의 지위에서 ‘갑’에 해당하는 카드사 임직원들에게 술접대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했다.

재판부는 A씨의 평소 업무 부담이 가중된 상태였다는 유족 측 주장도 인정했다. A씨가 숨지기 직전 한 주 동안 평균 업무시간은 54시간50분이었다. 종전 11주간 평균업무 시간(47시간55분)보다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A씨가 맡은 업무의 강도와 스트레스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미 사망 한 달 전을 기점으로 A씨 연구소에서 A씨가 해오던 연구와 무관한 영업부 업무가 이관돼 매일 업무 파악을 해야했고, 사망 직전엔 (회사 창립 이후 처음 개최하는) 그룹사 전체 회의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가운데 숨지기 전 업무시간도 급증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당시 업무부담이 양적·질적으로 가중됐던 상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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