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검찰 수사 급제동

유경선·이보라 기자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동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기자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동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기자

문재인 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15일 기각됐다. 검찰은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 접수 3년 만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칼을 빼들었지만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오후 9시40분쯤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지위나 태도 등에 비춰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백 전 장관이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신 판사는 또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해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구속되면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상 주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자정을 전후로 결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례들에 비춰볼 때 이날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에 나왔다. 법원이 구속이 꼭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다방면으로 설명한 점을 미루어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2018년 장관으로 재직하며 산업부 산하 기관장 13명의 사표를 받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2018년 김경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게 사표를 받아낸 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측근인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후임으로 갈 수 있게 면접 질문지와 답안지를 사전에 제공한 혐의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황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당시 면접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사직서 제출 종용에 관여한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산업부를 압수수색할 때 박 의원의 관여 정황을 보여주는 산업부 직원들의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당시 산업부 등에 대한 인사 업무를 담당했는데, 검찰은 박 의원의 청와대 윗선도 사직서 제출 종용에 관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경향신문 기자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황 사장과 관련된 의혹을 묻자 “(황창화 사장은) 일면식도 없는 분”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장관 재임 시에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서 일을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산하 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소통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황 사장에게 사장 면접 질문지 등을 건넨 적이 있는지, 박 의원이 산업부 관계자들과 소통한 정황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상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6~7일 검찰이 산업부 전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다”며 “(조사) 일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어제 특정 언론을 통한 단독보도라는 형식을 빌려 제가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다. 언론에 흘리고 표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던 (검찰의)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가 문재인 정부의 다른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통일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산하 기관장 블랙리스트 의혹도 검찰에 고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은 2017~2018년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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