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미 여아 사망’ 사건 “재판 다시 하라…친모 맞지만 바꿔치기는 의문”

박용필 기자
구미 ‘아이 바꿔치기’ 사건 피해아동의 친모. 연합뉴스

구미 ‘아이 바꿔치기’ 사건 피해아동의 친모. 연합뉴스

지난해 초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숨친 채 발견된 세 살 여자아이의 친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원래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피고인이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졌지만 피고인이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입증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씨(49)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16일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씨는 2018년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인 김모씨(23)가 낳은 아이와 자신이 낳은 아이인 A양을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실제로는 자신의 동생인 A양을 딸로 알고 키우다 3년 뒤 자신이 살던 빈 빌라에 방치해 탈수와 기아로 숨지게 했다. 지난해 2월 A양의 시신을 발견한 석씨는 딸 김씨가 처벌을 받을까 우려해 주검을 매장하려고 했다. 그러나 범행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 때문에 남편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은 유전자 검사 결과 A양의 친모가 김씨가 아니라 외할머니로 알았던 석씨로 밝혀져 세간에 충격을 줬다. 경찰은 당초 A양의 사망 원인인 김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수사하던 중 석씨의 아기 바꿔치기와 시신은닉미수 범죄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석씨는 재판에서 자신은 당시 아이를 낳지 않았고 아이들을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폐쇄회로(CC)TV등 ‘바꿔치기’를 입증할 직접 증거도 없었고, 바꿔치기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 친딸과 A양 친아버지의 행방도 묘연했다.

그러나 1·2심은 석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세 번의 유전자 감정 결과 등을 보면 숨진 아이와 피고인(석씨) 사이에 친모·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며 “아이의 혈액형 등 출생 전후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신이 낳은 여아와 친딸이 낳은 딸을 바꿔치기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1·2심 재판부는 석씨가 2018년 한 달 가량 직장을 쉰 점, 해당 시기 출산 영상을 검색하고 1년간 여성용품을 구매한 기록이 없는 점, 임산부용 몸매 보정 속옷을 구입한 점 등을 석씨가 A양을 낳았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들었다. 또 산부인과에서 A양의 식별띠가 몸에서 떨어져 있었고 친모가 아니어도 산모수첩을 가지고 가면 아이를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석씨가 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들길까봐 퇴원 전에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미성년자 약취라는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 기록은 석씨가 A양의 친모라는 증거일 뿐 ‘아이 바꿔치기’를 입증할 증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미성년자 약취 혐의가 인정되려면 친권자인 김씨의 의사에 반한 행위였는지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심리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양태)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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