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폰으로 위층에 욕설한 할머니, 모욕죄일까?...위층집 손님이 누군지에 따라 달라

박용필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집에 지인과 있는 사람에게 스피커폰으로 욕설을 한 경우 그 지인이 욕설을 들은 사람을 보호할 마음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깊지 않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지인이 피해자가 욕설을 들은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모욕적 발언을 소수의 사람만 들었다고 해도 다수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와 A씨 딸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2019년 경기도 남양주의 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C씨에게 인터폰으로 “어디서 그 따위로 교육을 받았어, 너 제정신이야, 부모가 그 따위니까 애한테 그 따위로 가르치지”등의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C씨 집에는 지인과 지인의 자녀 2명이 함께 있었다. 이 아파트의 인터폰은 송수화기가 없는 스피커폰이라 C씨의 지인과 자녀들도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해 A씨와 딸에게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두 사람 다 무죄로 판단했다. 모욕죄는 피해자에게 한 모욕적 언사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공연성)이 인정돼야 성립하는데,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C씨와 함께 있던 지인은 친분관계상 C씨에게 해가 될 내용을 전파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피해자와 지인이 직장과 교회 등을 같이 다니기는 했으나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친분이 깊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어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 한해 공연성이 부정된다”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 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건 당시 C씨가 지인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A씨 등이 인지했다는 점도 유죄 근거로 들었다. C씨의 지인들에게 자신들의 욕설과 폭언이 전파될 가능성을 내심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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