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비위 가해자 방어권,  피해자 보호 고려해 보장해야”

박용필 기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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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자의 실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가해자를 징계한 처분도 위법하지 않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성희롱 피해 일시·장소가 특정됐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해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성비위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방어권’ 못지 않게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검찰 주사보였던 A씨는 2018년 제주지검에서 근무하던 중 회식자리에서 “요즘 B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고 오는 것이다”라고 발언하고, 여러 직원이 듣는 데서 “C선배 옷 입은 것 봐라. 나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13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했다. 술에 취한 채 당직실에 들어가 당직근무자에게 욕을 하는 등 당직 업무를 방해하고, 검찰 공용시설을 사적 용도로 이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성희롱과 부당행위 등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2019년 A씨를 해임 처분했다. A씨는 처분 혐의 중 일부가 과장·왜곡됐고, 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발언만 강조됐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피해자들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징계절차가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아 A씨가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반박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어도 피해자가 특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A씨의 방어권은 보장됐다고 판단했다. 징계 혐의 사실이 있었던 일시와 장소 등이 특정된 점, A씨 스스로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누군지 알아 적극적으로 탄원서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각 징계혐의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에게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 해도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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