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민주노총 강제진입한 경찰…법원 “국가가 배상해야”

김희진 기자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강제 집행이 시작된 2013년12월2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1층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로비로 연결되는 자동문을 깨고 있다. /김정근기자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강제 집행이 시작된 2013년12월2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1층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로비로 연결되는 자동문을 깨고 있다. /김정근기자

2013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철도노조의 파업 당시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한 것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긴급한 사정이 아니면 영장없이 수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1부(재판장 김창형)는 5일 민주노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경찰의 강제 진입은) 영장 없이 타인의 건조물을 침입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46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으로서는 건물에 진입하면 상당한 반발과 충돌이 있으리라 예상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런데도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건물 내로 강제 진입하면서 원고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3년 12월22일 당시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중이던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체포영장만 발부받은 채 수천명을 동원해 이들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을 봉쇄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 1층 유리문과 사무실 집기 등이 파손됐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사무실에 불법 침입하고 조합원들을 체포·감금했다며 2014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경찰의 진입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판단했다. 당시 형사소송법 216조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 조항은 피의자 체포·구속에 필요할 때 영장없이 피의자를 수색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형사소송법 216조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헌재는 2018년 4월 이를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에 있을 개연성이 있을 경우 주거지에 들어가 피의자를 수색할 수 있다고 본 해당 조항이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지난해 9월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건물 내 진입해 수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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