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첫 기소’ 두성산업, 위헌 제청 신청…노동계 “적반하장”읽음

이혜리 기자
2020년 4월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주최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2020년 4월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주최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을 때 사업주는 물론 원청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을 어긴 혐의로 처음 재판에 넘겨진 두성산업 측이 헌재에서 중대재해법의 위헌 여부를 가릴 수 있도록 법원이 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두성산업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화우 변호인단은 13일 창원지법 재판부에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위헌제청 신청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에어컨 부품을 만드는 두성산업의 노동자 16명은 세척액을 사용했다가 독성 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 중독 판정을 받았다. 중대재해법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 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보고,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두성산업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고, 유해물질을 취급하면서 국소 배기장치 설치 등 필요한 보건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지난 6월 두성산업을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중대재해법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이 가능하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중대재해법이 경영책임자에게 부여하는 형사책임이 지나치게 무거워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이 노동자 사망 때 1년 이상의 징역, 상해 때 7년 이하의 징역 등 산업안전보건법(사망 때 7년 이하의 징역)보다 높은 법정형을 규정해 문제라는 것이다.

변호인단의 안창호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이번 위헌제청 신청을 통해 불명확한 범죄 구성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관련 규정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제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창원지법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제청을 할 경우 바로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할 경우 변호인단은 별도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두성산업 사건을 계기로 중대재해법의 위헌 여부를 헌재에서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나 현장소장, 안전관리자만 처벌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제정됐다.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올해 1∼8월 산재 사고 사망자는 432명에 달했다. 한국의 평균 사망 사고 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은 지난해 0.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은 두성산업의 위헌제청 신청을 즉각 기각하고, 경영계와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법 무력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도 1명의 노동자 사망에 평균 400만원의 벌금으로 말단 관리자와 노동자만 처벌했던 게 노동부·검찰·법원의 행태였다”며 “적반하장·후안무치의 끝을 보여주는 두성산업, 노동자 죽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법기술을 동원하는 로펌들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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