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주식 1조원 분할 요구했으나…법원 “최태원, 665억 현금 지급”

김희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결혼 34년 만에 이혼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노 관장에게 665억원의 재산분할을 인정했다. 국내 재벌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중 알려진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혼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재판장 김현정)는 6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이혼 소송(반소) 사건에서 “두 사람은 이혼한다”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은 기각했다. 최 회장을 유책(부부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로 본 것이다.

34년 만에 갈라선 최태원·노소영…재산분할 665억원 ‘역대 최대’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위자료에 대해선 노 관장이 반소를 낸 2019년 12월부터 1심 선고일인 이날까지 연 5%, 다 갚는 날까지 연 11%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게 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 총액은 1억1000여만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했다. 재벌가와 대통령가의 혼인으로 이목을 끈 두 사람은 세 자녀를 두었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면서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해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조정에 이르지 못해 결국 이혼 소송에 나섰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반소)을 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50%(약648만주) 지급을 요구했다. 5일 종가(21만1000원) 기준으로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 가격은 1조3600억원대였다.

노 관장이 분할받게 될 665억원은 청구한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이혼 재산분할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종전까지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04년 이혼하며 회사 지분 1.76%(36만6461주·당시 300억원어치)를 배우자에게 넘겨준 게 국내에서 알려진 가장 큰 이혼 재산분할로 꼽힌다.

SK㈜ 지분, 재산분할 대상 제외…SK 경영권 이혼리스크 일단락

이번 판결로 SK의 경영권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 요구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SK㈜ 전체 주식 지분 약 7% 이상이 최 회장에서 노 관장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SK그룹 경영권 문제나 지배구조 변동 문제가 불거질 수 있었다. 노 관장은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 회장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해 지난 4월 350만주 처분 금지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의 SK㈜ 지분 대신 현금으로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청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산은 SK㈜ 주식이었으나 해당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상승에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유재산은 부부 한 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등만 재산분할 대상이 됐다고 했다.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은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서 증여·상속받은 SK계열사 지분이 현재 SK㈜ 주식의 바탕인 만큼, SK㈜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점을 고려해 증여·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SK㈜ 최대주주가 된 것은 결혼 이후 SK C&C(직전 대한텔레콤)와 합병했기에 가능했던 만큼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라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세기의 이혼’으로 회자되는 미국 아마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전 부부의 이혼 사례와도 비교돼 관심을 모았다. 제프 베조스는 보유한 아마존 지분 16.3% 중 4%인 약 36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를 아내인 맥킨지 스콧에게 넘기는 대신 의결권은 자신이 계속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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