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체되는 대법원장·헌재소장…사법부 ‘보수색’ 짙어지나

박용필·이혜리 기자

각각 9월·11월 임기 끝…윤 대통령 지명 ‘코드 인사’ 가능성

국회 동의 필요한 인선 절차…‘여소야대’ 정국 변수 될 수도

시민사회 ‘서울대·50대·남성’ 일색 비판…구성 다양화 요구

올해 교체되는 대법원장·헌재소장…사법부 ‘보수색’ 짙어지나

2023년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장이 모두 바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두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교체한다. 대법관 2명과 헌법재판관 2명도 올해 교체된다.

누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맡느냐에 따라 판결 방향이 달라진다. 그렇게 나온 판결은 시민들 일상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재임 중 사법부 구성이 ‘보수 편향’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인선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 여소야대 속 인선 험난할 듯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해 올해 6년 임기를 마친다. 대법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면서 법원의 인사·조직·운영 등 사법행정을 총괄한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역사적인 사건을 판단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의 의견과 절차 진행은 매우 중요하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 이후 취임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제청한다.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통상 3배수를 추천하면 그중 대법원장이 1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오는 7월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은 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부터는 김 대법원장 후임 대법원장이 제청한다. 전원합의체 구성원 14명(대법원장 1명, 대법관 13명) 중 올해 하반기까지 4명(오석준 신임 대법관 포함), 내년 초까지 6명을 윤석열 정부가 임명하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이 지명한다. 대법관과는 달리 별도의 후보추천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 국회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이 ‘코드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야당도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헌재는 유남석 소장이 2017년 11월 취임해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헌재소장은 대법원장과 달리 재판관 제청은 하지 않는다. 9명의 재판관을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3명씩 지명한다.

오는 3월 이선애 재판관, 4월 이석태 재판관이 퇴임하는데 이들은 모두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후임은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유 소장은 재판관이 될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 몫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그의 후임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지명한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한다. 기존 재판관 중에서 선택한다면 잔여 임기만을 소장 임기로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 임기 내에 한 번 더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 있다.

내년에는 변화가 더 크다. 내년 9월 퇴임하는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국회 몫인 김기영·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이 4월 총선 뒤인 내년 10월 퇴임한다. 총선 결과가 재판관 구성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여소야대인 경우 야당이, 여대야소인 경우 여당이 3명 중 2명을 지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여당이 2명을 지명할 경우 내년에 여당, 대통령,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은 총 6명이 된다. 6명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다.

■ 보수 편향·다양성 저해 우려도

법조계에선 대법원과 헌재 구성이 보수 편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색채가 강했던 ‘양승태 대법원’은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축소했고,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친기업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정권 친화적인 인사들로 사법부 최고위층이 채워질 경우 결국 사법부가 행정부에 종속되는 셈”이라며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사법기관이 자칫 정권 연장이나 정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또 “헌재의 경우 국회가 만든 법률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재판관들 다수가 친정권적인 성향을 띨 경우 행정부가 사법부를 이용해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여성 대법관·헌법재판관 수가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성이 다수이다. 또 법관 경력이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나이대도 50대 이상으로 쏠려 있다 보니 대법원·헌재가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판사)’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지명권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고르는 게 아니라 대법관처럼 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은 공식 기구를 통해 뽑고, 기존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역시 대법원장이나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위원 구성에서 시민사회 측 인사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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