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했던 ‘감찰무마’ 혐의도 유죄…“구명청탁에 특감반 권리행사 방해”

김희진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법원은 3년간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던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등이 직권을 남용해 특별감찰반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3일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공모하여 특별감찰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사실과 관련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켜 관계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8년 8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금융위원회에 별도 진상조사 없이 유 전 부시장의 사표처리를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조 전 장관과 공모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과 검찰 측이 이 사건에서 치열하게 다툰 쟁점은 특별감찰반의 직무와 권한 범위였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직권남용의 대상에게 고유의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은 특감반에 감찰권이 있음에도 조 전 장관이 여권 인사들 청탁을 받아 특감반의 감찰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특감반은 별다른 권한이 없는 ‘정보수집 부서’일 뿐이며, 이런 한계로 인해 감찰을 정당하게 ‘종결’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감찰무마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특감반을 ‘사법경찰관과 같은 지위를 가진 자’로 판단했다. 특감반에 ‘정보 수집’ 이상의 감찰권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감찰과 관련한 조 전 장관의 지휘·감독권 행사는 정치권 인사들의 구명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동기에서 이뤄졌고, 그 위법·부당의 정도에 비춰볼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백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에게 구명청탁을 전달하고 이 사건 감찰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범행의 구체적 실행행위와 방법을 조 전 장관과 모의했으므로 직권남용 범행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백 전 비서관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형철 전 비서관의 경우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이 ‘유재수를 징계나 감찰없이 단순 인사조치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유 전 부시장의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금융위원회의 징계권 등 행사가 방해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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