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돈 언제 줬냐” 유동규 “받은 사람이 더 잘 아실 것”…법정서 공방

김혜리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돈을 언제 어떻게 달라고 했나?”

“돈 받은 사람이 더 잘 알겠죠? 고발할 거였으면 제가 써놨겠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 전 부원장이 설전을 주고받았다.

■법정에서 충돌한 김용과 유동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16일 열린 4차 공판기일에서 김 부원장 측은 지난 기일에 이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이날도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회유를 받아 말을 바꿨을 수 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면담 과정에서 신변이나 구속 여부 등을 이야기 한 바 있냐”“한 페이지짜리 진술서를 작성하는 데 1시간 40분씩 걸리냐”“검사가 (진술서를) 다시 쓰라고 한 적이 있냐”며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8일 자필 진술서를 작성했을 때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나 조사관하게 진술서 내용을 협의하면서 썼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제가 썼다. 그런 질문은 기분이 좀 나쁘다”며 날을 세웠다.

김 전 부원장이 직접 유 전 본부장에게 질의하면서 공방은 더욱 가열됐다. 김 전 부원장은 “10월5일자 면담보고서에는 정치자금법에 관해 상세히 기술돼 있다. 그런데 왜 (3일 뒤인) 8일자 진술서엔 피상적인 내용만 담겨있냐”고 물었다. 검찰과 면담하면서 김 전 부원장의 혐의에 대해선 자세히 말해놓고 왜 진술서엔 쓰지 않았냐는 것이다. 또 “진술 경위와 본인이 억울했던 상황들이 나와 있는데, 재판에서 변심한 이유였던 ‘가짜 변호사’ 얘기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제가 돈을 언제 달라고 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받은 사람이 제일 잘 기억하지 않겠냐”고 맞받아쳤다. 유 전 본부장은 “3차로 (돈을 건넸다 했을 때) 경기도청에서 몇시에 만났냐”는 김 전 부원장의 질문에도 “만난 시간은 잘 아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유 전 본부장이 “제가 기억하기로는 10시 전후”라고 말하자 김 전 부원장은 “조서에선 9~10시경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했다.

두 사람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장소의 당시 상황을 두고도 언쟁이 이어졌다. 김 전 부원장이 “당시 돈을 줬다고 한 장소 인근인 경기도청 공사 상태가 어땠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펜스가 그대로 있었고, 유리창이 깔렸던 정도였다”고 했다. 이에 김 전 부원장이 “당시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다. 직접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그냥 네이버로 본 건 아니냐”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근처 공원에서 담배 피우며 함께 얘기했던 것도 기억이 안 나냐”고 받아쳤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기회를 드렸지만 좀 정제된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돈봉투 전달 시연한 유동규···어이없다는 듯 웃은 김용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건넬 때 쓴 쇼핑백과 박스 등을 이용해 상황을 재연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박스를 쇼핑백에 넣고 “이러면 벌어져서 보이거나 (쇼핑백이) 찢길 수 있어 테이프로 밀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 전 부원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재판부는 돌아가면서 종이 쇼핑백을 들어보며 무게를 가늠했다. 재판장은 “가져가기 불가능하거나 무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품에 1억원을 넣고 간 모습도 시연했다. 1억원이 든 상자를 작은 종이봉투에 넣어 외투 아래 품었는데, 외투가 눈에 띄게 불룩해진 모습에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재판장은 “넣어서 가져갈 수는 있는데, 그걸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시연은 재판부가 “실제 들고 갈 수 있는 무게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직권으로 결정했다. 2억원을 종이백에 넣어 경기도청 근처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넸다는 유씨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비슷한 무게의 생수병을 이용해 시연하려 했지만 검찰이 휴정 시간에 시연을 위해 2억원을 임시로 마련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2억원의 무게는 약 4㎏”이라고 했다.

시연이 끝나자 김 전 부원장은 “(돈을 줬다는) 유원홀딩스 사무실은 제가 직전 총선을 치뤘던 사무실”이라며 “주차난도 심한 곳이라 CCTV도 굉장히 많았을 것이다. 제가 (돈을) 들고갈 상황도 아니거니와 직전에 팻말 들고 출근인사를 하던 곳인데 가능이나 하겠냐”고 반박했다.

■유동규 “김만배가 쌍방울과 이화영 통해 대법원에 로비”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쌍방울을 통해 대법관에게 로비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김만배가 쌍방울과 이화영이 대법원 관련해서 로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공판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쌍방울을 통해 대법관에게 로비하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어떻게 알았냐’며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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