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도이치 계좌 모른다, 모른다···권오수를 가리키는 진술들읽음

이혜리 기자    김희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민예관을 방문, 조선의 예술과 문화에 애정을 쏟은 일본 공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 가족이 거주하던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민예관을 방문, 조선의 예술과 문화에 애정을 쏟은 일본 공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 가족이 거주하던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로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대부분 ‘나는 김 여사를 모른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김 여사 모녀와 친밀한 관계였고 주가 조작을 주도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어떤 진술을 받느냐에 따라 수사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소위 2차 작전에 관여한 김모씨와 이모씨, 민모씨 등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김씨 등은 이미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최종 처분을 위해 이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1심 판결과 재판 기록, 이전 수사팀의 수사기록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1심 판결에서 주가 조작에 활용된 김 여사 계좌는 최소 3개로 인정됐다. 그런데 이 계좌들로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재판에서 김 여사를 직접 몰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의 민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2차 작전 주포 김모씨는 “(김 여사 계좌를) 적어도 민씨가 운영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씨가 했다는 확률도 미심쩍다”며 “아마 권 전 회장과 김 여사가 전화 통화를 해서 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씨와 민씨는 2010년 11월 ‘3300원에 8만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는 문자가 발송되고 7초 후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 매도 주문이 나왔을 때 관여한 인물들이다.

김씨는 권 전 회장을 “저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직원 민씨는 그를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권 전 회장이 주변 투자자들의 엑시트(탈출) 때문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김 여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 여사 등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권 전 회장 말을 믿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샀지만 오르지 않자 압박을 받았고, 이후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가 김 여사 계좌를 일임받았을 것으로 본 이씨도 1심 재판에서 ‘모 회장님’과 권 전 회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소개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김 여사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주식 매매 관련성은 부인했다. 그는 ‘권 전 회장 말고 김 여사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1차 작전 선수인 또 다른 이모씨는 권 전 회장 소개로 김 여사를 알게 됐고, 그 자리에서 김 여사 계좌에 대한 권한을 위임을 받았다고 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권 전 회장은 1심 재판에서 김 여사 계좌를 잘 모른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김 여사를 증권사 관계자들에게 소개한 것은 맞지만 계좌 권한을 위임했는지, 실제로 계좌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은 법정에서 ‘8만주 매도 주문’ 때 김 여사에게 주식을 팔라고 연락한 적 없냐는 검사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김 여사와 자주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날짜의 김 여사 계좌 주식 거래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 계좌에서 주식이 매도된 시각에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이 매수된 것에 대해서도 권 전 회장은 최씨 계좌를 자신이 운용했지만 김 여사 계좌는 몰랐다고 했다. 양쪽 논의 없이 몇 초 사이에 매도·매수 주문이 함께 나올 수 있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권 전 회장은 오히려 “저도 보고 놀랐다. 김 여사가 매수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권 전 회장이 직접 관리한 계좌는 최 여사 것이 유일했고, 두 사람의 친분관계가 밀접했다는 점에서 사건 전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권 전 회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권 전 회장을 가리키고 있다”며 “계좌를 아무한테나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김 여사 계좌가 활용된 경위는 권 전 회장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이 한 법정 증언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도 했다. 권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때는 최 여사 계좌를 ‘차명계좌’라고 했다가 재판 단계에서는 ‘일임받아 관리했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차명계좌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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