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얽히고설킨 대장동 수사···‘428억원 약정’ 의혹도, ‘50억 클럽’ 의혹도 물음표만읽음

이혜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28일 대장동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28일 대장동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검찰이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1년6개월간 이어진 대장동 비리 수사 중 이 대표와 관련한 수사의 큰 줄기는 일단락됐다.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제기된 이 의혹 수사는 헌정사 처음으로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조사·구속영장 청구·기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최대 이슈였던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은 일단 공소사실에서 빠졌다. 대장동 비리의 다른 줄기인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답보 상태이다.

대장동 의혹은 대선을 7개월 앞둔 2021년 9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그만큼 손해를 입혔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국민의힘은 즉각 ‘대장동 게이트’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장동 비리 의혹이 대선의 최대 이슈이자 변수로 떠올랐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법조계 고위인사들이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거나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고, 대장동 일당이 법조계 등의 유력 인사들에게 50억원씩 지급하기로 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까지 실명과 함께 제기되면서 사건은 초대형 게이트 의혹으로 비화됐다. ‘50억 클럽’ 인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된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했고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50억 클럽’ 의혹의 실체가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을 확대 개편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수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장동 사업 관련 배임 의혹과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의 두 갈래로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0월1일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체포한 뒤 구속했다. 검찰이 대장동 관련자의 신병을 확보한 첫 사례였다.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로 불리는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정영학 녹취록)에 ‘대장동 그분’이라는 대목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이 대표라는 의혹에 불이 붙었다.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이 대표에게 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이었다. 김씨는 2021년 10월1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면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질문에 “바로 접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 즈음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자진 귀국해 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1월22일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약 3개월 만에 내놓은 수사 결과였지만 성남시 윗선의 개입 의혹,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를 받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본격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수사는 한동안 잠잠했다.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선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한 것이 성과의 전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0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뒤 차량에 탐승한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0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뒤 차량에 탐승한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에서 이 대표가 패배하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해 7월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팀을 재편했고, 새 수사팀은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폭로성 진술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는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19일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하고 자택과 민주당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기점으로 이 대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을 기소한 지 하루만인 지난해 11월9일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구속됐던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은 구속기간이 만료돼 석방됐다.

검찰은 이 대표의 ‘428억원 약정’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은 지난 1월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처음으로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수령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적시했다. ‘대장동 그분’을 이 대표로 못 박은 것이다. 이어 ‘428억원 약정’ 의혹과 관련해 정 전 실장을 뇌물(사후수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리고 이날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428억원 약정’은 일단 혐의사실에서 빠졌다. 유동규 전 본부장, 남 변호사 등의 전문진술(남에게서 들은 사실을 전하는 말) 외에 물증이나 김만배씨 등 당사자의 직접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 의혹 수사 결과도 초라한 수준이다. 그나마 기소한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가 났다.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도 제기됐지만 검찰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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