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소수의견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에 배치”…법 개정 논의 필요
헌법재판소가 지난 23일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권한쟁의심판에서 법 자체를 유지하는 결정을 하면서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 역시 그대로 남게 됐다. 헌재는 소수의견(반대의견)으로 이 조항이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인권 보호에 배치된다는 판단을 내놓아 후속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제245조의7 제1항)에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외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막판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조항에 따라 고발인이나 고발 사건 피해자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한다. 검사의 보완수사, 보완수사 요구, 송치 요구 등 2차 조치에 제한을 받는다.
이 조항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아동이나 장애인처럼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고발 사건이나 환경 범죄 등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공익 고발 사건에서,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 피해자들이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사라진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 수사권 축소를 지지하는 참여연대도 해당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4명은 23일 결정문에서 이 조항을 두고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고발로 개시된 경우, 불송치 결정이 있게 되면 그대로 종결됨으로써 검사의 소추권이 제한된다”며 “항고·재항고를 통한 시정의 기회가 차단된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국가·사회적 법익을 보호해야 하는 영역의 기관 고발 사건들이나 아동,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고발 사건들의 적정한 사건 처리 또는 피해자의 인권 보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검사의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 수사의 실효성이 현저히 저하된다”고 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5명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낸 청구를 각하해 법 자체에 대한 판단을 명시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헌재 법정의견 역시 ‘각하’로 결정됐다. 법조계에선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과 같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의 문제가 헌재에서 더욱 충실히 다뤄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에서 절차적 하자를 지적받은 만큼, 법사위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 시행령 개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