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이어 피고인 대리한 김앤장, 또 ‘이해충돌’ 논란

강연주 기자

직원 700억 횡령 사건 피해자인 우리은행 대리해 의견서 제출

김앤장 소속 다른 변호사들 ‘피고인’ 유안타증권 변호인 맡아

공정한 재판 저해 가능성 있지만 수사기관서 제재는 어려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우리은행 직원의 회삿돈 700억원 횡령 사건에서 피해자격인 우리은행 측을 대리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피고인 중 하나인 유안타증권을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의 내밀한 수사 정보를 알고 있는 로펌이 재판에서 피고인 측을 대리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앤장 소속 A 변호사 등은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사건 수사 당시 피해자인 우리은행을 대리했다. A 변호사는 제3자 추징 등 방식으로 피해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우리은행 측 입장을 수사기관에 전달해왔고,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도 제출했다고 한다.

문제는 김앤장 소속 B, C, D 변호사가 재판에서 피고인 중 하나인 유안타증권을 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3월8일 유안타증권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를 법원에 제출했다. 유안타증권 직원은 회삿돈 700억원 횡령 혐의를 받은 우리은행 직원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검찰은 유안타증권 또한 이 직원의 감독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금융실명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법위반죄의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

변호사법 31조는 수임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의 수임을 금지한다. 피해자를 대리한 뒤 피고인을 대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례도 있다. 2009년 2월 대법원은 변호사법 제31조 제1호를 근거로 “한 변호사가 민사사건에서 ‘형사사건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상대방 당사자를 위한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직무를 수행한 뒤, 나중에 동일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을 위한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변호활동을 하는 등 직무를 수행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는 “동일한 법률사무소에서 피해자에 이어 피고인을 대리하는 행태 또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며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는 물론 의뢰인의 비밀을 유지하는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앤장은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배임 사건에서도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조 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 변호사들이 피해자이기도 한 한국타이어를 동시에 대리한 것이다. 검찰은 김앤장의 이런 행태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재판부에 구한 상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김앤장은 과거에도 쌍방대리 논란으로 비판받은 적이 있다”며 “한 사건에서 피해자에 이어 가해자까지 동일 법률사무소에서 대리할 경우 의도에 따라 양쪽의 전략을 정확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변론을 진행하는 등 공정한 재판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부장검사는 “이해충돌 논란은 결국 변호사 윤리의 문제”라며 “논쟁적 사안임에도 수사기관에서 이를 강제로 제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앤장 측은 “본 건(우리은행 직원 사건) 관련한 이슈를 충실히 검토해 수임 여부를 결정했으며, 검토 결과 이해충돌 이슈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변호사 비밀유지의무상 고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상세히 답하기 어려움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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