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황의조씨가 불법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씨의 형수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및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4년이 구형된 이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황씨는 유명한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 관련 사진·영상이 유포될 경우 무분별하게 퍼질 것을 알았음에도 협박을 하고 끝내 게시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 등이 국내외로 광범위하게 유포됐다”라며 “죄질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또 “수사단계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범행을 부인하고, 수사단계에선 휴대폰을 초기화해 증거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라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질책했다.
다만 “뒤늦게라도 반성하고 있는 점, 게시한 영상과 사진만으로는 황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황씨와 합의해 황씨가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SNS에 황씨가 다수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영상·사진 등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또 황씨에게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에 황씨는 이씨를 명예훼손 및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 결과 이씨가 황씨의 형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 초기까지도 ‘해킹을 당했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갑자기 재판부에 자필 반성문을 내며 범행을 자백했다. 선고 전날인 13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2000만원을 형사 공탁했다. 불법촬영·유포 피해자 측은 “어떤 조건으로도 합의할 생각이 없고,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도 없다”면서 이씨 측의 이른바 ‘기습 공탁’에 강하게 반발했다.
불법촬영·유포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누가 보면 이 사건 피해자가 황씨 한 명인 줄 알겠다”라며 “오늘 재판부는 불법촬영물에 (황씨가 아닌) 피해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양형사유로 참작했지만, 이는 오히려 디지털 성범죄 유포에 대한 피해자의 본질적 두려움이나 공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검찰이 빨리 황씨를 기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상대방 동의 없이 불법촬영한 영상을 촬영·소지한 혐의로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