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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사령관·사단장, ‘채 상병 사건’ 이첩날 밤에도 비화폰 통화

강연주 기자    이혜리 기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8월2일을 전후해 비화폰(안보전화·도청방지 휴대전화)으로 수차례 통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 기록을 이첩한 이후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이 회수한 날이다.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의 구체적인 비화폰 통화 시간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 측은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로 특정한 임 전 사단장과 김 사령관이 서로 비화폰 통화를 나눈 것이 석연치 않은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8월2일 채 상병 사건기록 회수 이후…늦은 밤 이뤄진 3여분간 통화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8월2일 오후 2시44분쯤 김 사령관의 비화폰에 전화를 했으나 통화가 불발됐다. 이후 임 전 사단장은 저녁에 김 사령관 비화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오후 10시17분이 시작됐고 3분49초간 통화가 이뤄졌다.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군 검찰이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기록을 회수한 이후다. 군 검찰은 지난해 8월2일 오후 7시20분쯤 해병대 수사단 기록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2일 이뤄진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관계자들의 통화 기록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주요 단서로 지목돼왔다. 박 대령이 당일 오전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이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을 비롯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관계자들의 통화 정황이 여러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특정한 혐의자 중 한 명이었던 임 전 사단장과 그의 지휘관이었던 김 사령관이 비화폰을 이용해 통화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군 사건을 다수 변호해왔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화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통화가 불발된 (오후 2시44분) 무렵은 국방부에서도 경찰로부터 기록을 회수하고자 나섰던 시간대”라며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군 판사 출신 변호사는 “비화폰은 통상 작전 상황에 사용하는데 당시 현실적으로 작전 상황이 있었을리가 없다”며 “굳이 비화폰으로 전화했다는 것은 특정인이 숨기고 싶은, 혹은 비밀스러운 얘기가 포함돼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해 9월1일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해 9월1일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밝힌 지난해 7월28일 이후로도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의 비화폰 통화는 수차례 이뤄졌다. 7월29일 두 사람은 오후 3시40분부터 약 5분 6초간 통화했다. 이어 오후 9시17분에는 임 전 사단장이 김 사령관 측에 전화를 걸었고 약 6분36초간 통화가 이뤄졌다.

다음날인 7월30일 오후 5시16분과 오후 5시19분 무렵에도 두 사람은 비화폰으로 각각 3분17초, 1분6초가량 통화했다. 7월30일은 박 대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결과를 보고한 날이다. 이밖에 임 전 사단장이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다시 복귀한 지난 8월1일 오전 7시40분과 오전 9시9분에도 비화폰을 이용해 각각 2분33초, 1분25초가량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비화폰 통화 내역은 박 대령의 항명사건 재판에서 별도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박 대령 측은 공수처가 김 사령관 등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과정에서 당시 통화 내용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비화폰이 작전 상황을 공유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질 무렵 이뤄진 주요 관계자 간의 통화 내역인 만큼 진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4일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한 차례 조사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임 전 사단장의 입장을 구하고자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사건 발생 당시 자신에게 현장을 통제할 권한도 없었던 만큼, 자신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조사 결과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은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번 작전에서 작전통제부대는 육군50사단”이라며 “이 사건 사망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주장하는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은 어느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 다수 법조인의 의견”이라고 반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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