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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응어리, 국가와 법원은 외면했다”…헌재 향한 ‘재판소원’

김혜리 기자

1982년 시위 주도 혐의로 징역형

헌재, 한정위헌 결정에 재심 청구

대법서 기각 결정하자 헌법소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권도현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권도현 기자

1982년 11월23일 경기 오산시 한신대에서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학생들이 선언서를 낭독하고 유인물을 뿌린 평화적인 시위였다. 그렇지만 시위를 주도한 최윤봉씨는 당일 오후 6시 화성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는 다음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40년도 더 지났지만 이 일은 최씨의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최씨 처벌의 근거였던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은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시위를 개최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헌재는 “문언 해석상 (법 조항의)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며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고, 당국이 편의적·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최씨는 이를 토대로 2021년 재심을 청구했다. 헌재가 ‘한정위헌’이라 결정한 처벌조항으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니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고자 한 것이다. 최씨는 경찰에 연행됐을 당시 적법한 영장이 청구되지 않아 자신이 불법구금된 상태였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수원지법과 대법원은 “한정위헌 법률 적용은 기속력(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가 내린 한정위헌 결정의 법률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탈했죠.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는 시위를 했다고 유죄가 확정되고 끝나는 것이 맞나 싶었습니다. 국가가 실질적으로 명예를 회복해줄 때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사실상 법원의 판단을 더는 구할 수 없게 된 최씨는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그는 대법원의 재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지난 1일 헌법소원을 냈다.

최씨의 바람처럼 재심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재판은 취소될 수 있을까. 쟁점은 헌재가 내린 한정위헌 결정의 법률적 효력 인정 여부다. 그간 대법원과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한정위헌은 해당 법률 자체는 합헌이지만,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는 결정이다.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사실상 법률 해석으로, 이는 법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헌재는 한정위헌도 위헌에 해당하며 법원과 국가기관은 헌재의 법률 해석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1997년 대법원 판결을 처음 취소한 이래로 지금까지 총 3차례 ‘재판 취소’ 결정을 내렸다.

최씨의 헌법소원 대리를 맡은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이번 청구가 받아들여져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구제를 받을 권리’가 확보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헌재에서 인용되면 구 집시법 피해자에게 재심의 길이 열려 권리를 구제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헌재의 변형결정(한정합헌·한정위헌)으로 집시법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등 위헌적인 법률의 적용을 받은 피해자들이 구제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그 구제 범위를 확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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