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최창일씨 등 재일동포 4명 국가폭력 피해 인정”…검찰은 여전히 유죄 주장

전현진 기자
재일교포 2세 최창일씨는 탄광회사에서 근무하며 서울대 지질학과 강사로도 일했다. 그가 간첩으로 몰려 수감된 뒤 일본에 있는 지인들이 만든 소식지에 그의 약력이 간단하게 실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재일교포 2세 최창일씨는 탄광회사에서 근무하며 서울대 지질학과 강사로도 일했다. 그가 간첩으로 몰려 수감된 뒤 일본에 있는 지인들이 만든 소식지에 그의 약력이 간단하게 실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화위)가 고 최창일씨 등 과거 재일동포를 간첩으로 몰아 처벌한 4건에 대해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진화위가 재일동포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 것은 1기 진화위가 활동한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진화위는 14일 열린 제78차 위원회에서 ‘재일동포 최창일 인권침해 사건’ 등 4건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었다고 판단해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로 히로시마대에서 지질학을, 도쿄대에서 자원개발공학을 전공한 뒤 조국에서 꿈을 펼치려고 한국에 왔다.

최씨는 1967년 10월 한국 기업인 함태탄광에 취직해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1973년 5월 28일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연행됐다. 보안사는 최씨를 장기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하면서 그가 조총련계 공작원에 포섭돼 북한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몰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약 6년간 옥살이를 하고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돼 일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옥살이와 고문 후유증 탓에 가족과 불화했고, 1998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진화위는 진실규명을 결정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가 최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69일 동안 불법 구금했으며, 한국어가 미숙해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최씨를 강압적으로 조사했다”며 “검찰은 최씨가 불법적인 수사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소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공익의 대표기관으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화위는 “법원은 최씨가 불법적인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해 중형을 선고했다”며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기관으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씨 사건은 2022년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대법원 과거사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재검토 자료 224건’ 중 52번째였다. 재검토 자료 224건은 2005~2006년 대법원이 사법부의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고 반성하겠다며 과거 사건 6000여건을 검토해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사건을 추려낸 것이다.

최씨의 딸 최지자씨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20세 무렵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 사건을 알게 됐다. 국가폭력 피해자로서 주저하다가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에 대한 재심은 3년 10개월 만에 개시 결정이 나왔고 오는 2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불법적인 수사와 무책임한 기소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재심 과정에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의 수사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 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최씨의 유죄를 계속 주장했다.

이날 최씨 외에 고찬호·강호진·여석조씨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 결정이 나왔다. 진화위는 국가에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형사소송법에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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