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전두환 정권 녹화사업 피해자들, 국가 상대 손배소 이겼다

김나연 기자

법원 “22명에 최대 1억1천만원”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강제징집하고 프락치(비밀정보원)로 활용한 ‘녹화사업’ 피해자 22명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황순현)는 22일 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자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18억5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000만~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집된 분들에 대해선 3000만원, 나머지 분들(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을 모두 당한 피해자)에게는 7000만원 및 8000만원의 위자료를 각각 인정한다”고 밝혔다. 같은 법원의 민사합의15부(재판장 최규연)는 피해자 15명에 대해 3000만~1억1000만원의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하고 정신교육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가하며 이른바 ‘녹화사업’을 실시했다. 2022년 11월 진실화해위원회는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을 조사하고 이 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원고인 남철희씨는 판결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71년에 잡혀 끌려가 강제징집을 당했다”며 “각 대학에서 중추 역할을 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빨갱이로 몰아 매장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남씨는 “민간인과 접촉이 안 되는 감옥과 다름없는 곳에서 무수한 구타를 당했고 현재까지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국가가 이제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보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그간 정부는 관련된 모든 소송에서 피해 사실의 객관적 입증이 불가능하고, ‘어차피 가야 하는 군대에 일찍 간 게 문제냐’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며 “이런 주장을 탄핵한 재판부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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