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수사가 본격화됐을 당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 바란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장관 측은 당시 김 사령관과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고 밝혔지만, 장관이 사령관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5일 오후 5시40분쯤 김 사령관에게 카카오톡으로 “텔레(메시지) 확인 바람”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이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입건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무렵이었다. 당시 김 사령관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는 문자 메시지로, 해병대 박모 중앙수사대장과는 카카오톡으로 박 대령의 항명 수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이 당시 김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무슨 내용을 보냈는지, 김 사령관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군 검찰은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박모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확인했다. 박 대령 측은 만일 군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이 대화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김 사령관이 삭제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이 전 장관과 김 사령관의 직접적인 소통이 통상적인 지시 체계에서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군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장관이 군사보좌관, 혹은 해군참모총장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령관에게 연락하는 건 결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은 “무언가 보낸 게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텔레그램은 특성상 다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보다 보안의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김 사령관과 박 전 보좌관 사이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일부 알려진 바 있다. 특히 지난해 8월6일 텔레그램 대화에서는 김 사령관이 통화 기록을 삭제한 정황이 담겼다. 박 전 보좌관은 이날 오후 1시58분쯤 김 사령관에게 “수사단장이 경찰로 이첩중이라고 ㅈㄱ(장관)님께 지휘보고하신 시간이 몇시인지요?”라고 텔레그램으로 물었다. 김 사령관이 답변과 함께 “왜 그러신지”라고 묻자 박 전 보좌관은 “ㅈㄱ님께서 여쭤보셔서”라고 답했다. 이어 김 사령관은 “장관님이나 군사보좌관님과 통화 기록은 바로 삭제해서 기록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고, 박 전 보좌관은 “감사하다”고 회신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최근 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녹취파일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파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해 8월5일 김 사령관 측에 텔레그램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등을 묻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전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해 8월5일이면 한참 지난 상황”이라며 “통상적으로 그런 것이 있으면 직접 안 하고 군사보좌관이 하는데, 본인이 직접 문자를 보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 측은 경향신문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