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 ‘나체 촬영’···“안 찍으면 단속 어렵다”는 재판장

김혜리 기자
휴대폰 이미지. Gilles Lambe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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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말대로 아예 (나체 사진을) 못 찍는 상황이 되면, 관련 범죄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30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중앙지법 1별관 304호 법정. 증인석에 앉아있던 여성 A씨는 입을 다물고 재판장을 가만히 쳐다봤다. “(경찰관이라 하더라도) 동의 없는 사진 촬영은 불법이라 생각해서 지워달라고 했다”는 말에 재판장이 ‘수사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하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행위를 단속하면서 나체였던 A씨의 몸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촬영된 사진은 단속팀 소속 경찰관 15명이 있던 카카오톡 전체 대화방에 ‘수사정보’로 공유됐다. 이후 A씨는 형사재판에서 경찰이 찍은 사진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고,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이날 열린 민사재판에서는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나체사진 촬영이 불가피한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당사자 신문에서 “당시 경찰이 오피스텔 원룸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오는 동시에 사진을 찍어 몸을 가릴 수 없었을뿐더러,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성적 수치심이 드는 발언을 들었고,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당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나체사진을 찍지 않으면 어떻게 성매매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겠냐’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A씨가 “나체를 찍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체 사진 외에도 활용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재판장은 “진술을 번복할 수 있지 않느냐”며 “사진을 찍지 않으면 법정에서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통상적인 사정에선 나체를 찍는 것은 당연히 성폭력 범죄로 강하게 처벌받지만, 본인이 그런 상황과 같다고 생각하냐”고도 물었다.

재판장은 “성매매 단속과정에선 나체로 뭔가 행위를 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나중에 어떻게 관리할지는 차치하고 증거수집 차원에서 찍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냐”며 직접 신문을 이어갔다. 이에 A씨 측 대리인은 “성매매 수사과정에서 나체 사진을 반드시 증거로 첨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그건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말씀”이라며 “말(진술)만으론 서로 공방이 오가기 때문에 증거수집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A씨 측은 “재판장이 이 사건 촬영행위의 위법성에 대해 예단하고 계신 것 같다”고 우려했다. A씨의 대리인인 김지혜 변호사는 이날 재판 후 기자와 만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성매매 혐의에 관한 직접증거들이 있고, 나체 정황은 경찰이 출동 당시 목격한 것을 기재한 수사보고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기일은 다음 달 20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재판장은 다음 기일에 재판을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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